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2017시즌 후 감독을 교체한 메이저리그 팀은 모두 6개다. 5개 팀이 새 감독을 임명했고 뉴욕 양키스만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이번 감독 교체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포스트시즌 실패의 책임을 물은 게 3팀이라는 점이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종종 포스트시즌 결과로 감독을 해고한다. MLB는 정규시즌 중심이었다. 그러나 올해 보스턴 레드삭스 존 패럴, 워싱턴 내셔널스 더스티 베이커, 뉴욕 양키스 조 지라디 감독이 각각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 패전으로 해고됐다. 공교롭게도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연달아 패한 보스턴과 뉴욕 양키스 감독이 희생양이 됐다. 창단 55년 만에 우승에 성공한 휴스턴은 LA 다저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 MLB 최고 연봉 1~3위 팀을 모조리 꺾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패럴과 MLB 최고령 감독이었던 베이커(68)의 해고는 포스트시즌에서 기대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해서다. 베이커 감독은 워싱턴 구단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지구 우승을 일궜다. 그러나 2년 연속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패한 첫 번째 감독이기도 하다. 워싱턴은 베이커와 결별 후 “우리의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만족할 수 없음을 밝혔다. 흑인 최고의 지도자인 베이커는 22년 동안 지휘봉을 잡으며 통산 1863승 1636패(승률 0.532)의 탁월한 성적을 거뒀지만 우승 반지가 없다. 현역 복귀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스턴은 시즌 막판 패럴 감독의 옵션을 채택한다고 발표해 2018년 복귀를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2년 연속 디비전시리즈에서 패한 책임을 물어 방침을 바꿨다. 보스턴의 후임 감독은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벤치코치 알렉스 코라(42)다. 그의 형 조이 코라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벤치코치다.

양키스의 지라디 해고는 성적 책임을 물은 것이 아니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 및 선수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해고됐다. 자신의 주장이 강한 지라디는 올드 스쿨 타입이다. 양키스의 올 챔피언시리즈 진출은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젊은 층으로 구성돼 있는 양키스는 2018시즌에는 훨씬 나은 전력의 팀이 될 것이다. 씨는 지라디가 뿌렸고 열매는 새로운 감독이 딸 판이다. 1995년 벅 쇼월터(현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해고될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에도 쇼월터가 안정적으로 팀을 만든 뒤 조 토리가 1996년에 임명돼 4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꽃을 피웠다.

공석중인 양키스를 제외한 5개 팀 가운데 감독 유경험자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론 가든하이어(60) 뿐이다. 올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벤치코치를 지낸 가든하이어는 미네소타 트윈스 감독을 13년 역임하며 6차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베테랑이다. 뉴욕 메츠는 현대 유니콘스에서도 활동했던 전 클리블랜드 투수코치 미키 캘러웨이를 선택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LA다저스 마이너리그 선수 육성 총괄 출신 게이브 캐플러를 영입했다. 워싱턴 내셔널스는 시카고 컵스를 챔피언으로 이끈 조 매든 감독 밑에서 오랫동안 벤치코치를 역임한 데이브 마르티네스를 베이커의 후임자로 택했다.

5명 가운데 가든하이어가 60세로 최고령이다. 마르티네스는 53세다. 코라, 캘러웨이, 캐플러는 나란히 42세다. 이 대목에서 MLB의 현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지라디와 같은 올드 스쿨이 아닌 젊고 형 같은 감독이 대세다.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감독의 카리스마는 고려되지 않는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은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45), 휴스턴 A.J. 힌치(43) 감독도 같은 스타일이다. 토니 라루사, 조 토리, 보비 콕스(명예의 전당 회원) 감독처럼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통솔하는 레전더리들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베이스볼 오퍼레이션을 책임지는 사장과 단장의 입김이 훨씬 강해지는 ‘프런트 야구’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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