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야구는 예측이 어렵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도 야구 베팅은 자제한다. 예상이 빗나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월드시리즈 5차전을 치르는 동안 전문가들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30일(한국 시간) 휴스턴의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벌어진 5차전은 한마디로 ‘미친 경기’였다. 연장 10회 휴스턴 애스트로스 3루수 알렉스 브레그먼의 끝내기 안타로 5시간17분 혈투가 13-12로 마감됐다.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휴스턴 애스트로스 3차전의 5시간45분 이후 두 번째로 긴 경기였다. LA 다저스와 휴스턴은 홈런 7개를 포함해 장단 28안타를 주고 받았다. 결과는 홈팀의 승리였다. 휴스턴은 홈에서 2승을 거둬 시리즈 3승2패로 주도권을 쥐게 됐다. 그러나 우승을 장담하기는 이르다. 6, 7차전은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다.

시리즈가 벌어지기 전 전문가들은 불펜싸움을 벌이면 다저스가 승산이 있다는 전망을 했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전까지 23연속이닝 무실점의 포스트시즌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다저스는 결정적인 2, 5차전에서 패했다. 연장전 패배다. 2차전에서는 연장 11회 6-7, 5차전은 연장 10회 12-13이었다. 연장전 패배는 불펜싸움에서 무기력했다는 것을 뜻한다. 5차전 끝내기 안트를 허용한 투수는 마무리 켄리 얀선이다. 다저스의 철벽 불펜 위용은 휴스턴의 홈런포 앞에서 움츠러들었다. 휴스턴은 다저스에 비해 불펜이 현저히 약하지만 상황에 따른 투입으로 실점을 최소화해 승부처에서 귀한 승리를 거뒀다.

5차전을 치르며 터진 홈런 22개는 2002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LA 에인절스에서 작성된 월드시리즈 역대 최다 21개를 뛰어 넘은 기록이다. 2002년에는 21개의 홈런이 7차전에서 터졌다. 올해 정규시즌 역대 최다인 6105개, 포스트시즌 최다 101개, 월드시리즈 최다 22개 등 홈런 기록은 가을 야구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투수들이 볼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할 만하다.

5차전은 팬 입장에서는 명승부였다.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휴스턴 댈러스 카이클 등 믿었던 에이스들이 무너지면서 난타전이 됐다. 3차례 사이영상과 MVP를 수상한 커쇼는 4점을 지키지 못하고 5회 강판됐다. 포스트시즌 홈런 8개 허용은 한 시리즈 최다다. 카이클 역시 올해 홈에서 최소 이닝(3.2이닝 4실점) 교체다.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은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와 휴스턴 A.J. 힌치 감독은 대학 출신으로 학위를 보유한 지도자다. 월드시리즈에서 대학 출신 감독이 맞붙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외야수 로버츠(45)는 UCLA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야구 장학금이 없는 ‘워크 온’ 출신이다. ‘워크 온’은 특기생이 아니라 대학에 들어가 테스트를 거친 선수를 일컫는다. 힌치는 스탠포드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둘은 같은 퍼시픽12 콘퍼런스 소속으로 대학 때 라이벌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로버츠는 “스탠포드와 경기 때 한 번은 UCLA가 노히트를 당한 적이 있고 두 번째 대결에서는 도루를 했다. 이번 월드시리즈가 힌치와 나의 러버매치”라고 했다. 카드게임에서 유래된 러버매치는 1승1패 후의 대결이다. 로버츠와 힌치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시절 코치와 프런트맨으로 활동해 절친한 사이다.

그런데 월드시리즈에서 나타난 둘의 성향은 차이가 있다. 불펜 투수 운용에서 드러난다. 로버츠는 정규시즌에서도 그랬지만 불펜투수 교체가 자동판매기다. 매치업 위주로 우타자-우완, 좌타자-좌완 셋업맨에 이어 마무리 잰슨을 투입한다. 포수 출신의 힌치는 올드 스쿨 타입이다. 투수의 볼이 좋다고 판단되면 밀어 붙인다. 마무리 켄 자일스는 3승을 거두는 동안 세이브가 하나도 없다. 힌치는 뉴욕 양키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선발로만 등판한 랜스 맥컬러 주니어를 6회부터 마운드에 올려 4이닝 세이브를 시켰다.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는 브래드 피콕을 3.2이닝 세이브를 하도록했다. 피콕은 경기 후 “나는 세이브를 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5차전까지 감독의 경기 운용에서는 휴스턴의 힌치가 조금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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