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25일(한국 시간)부터 다저스타디움에서 2017년 꿈의 무대 월드시리즈가 벌어진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7차전 명승부 끝에 월드시리즈(WS) 무대를 밟았다. 2005년 이후 12년 만이다. 1962년에 창단된 휴스턴은 아직 WS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8개 팀 가운데 한 팀이다. 2005년에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으로 WS에 진출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4전 전패했다. 휴스턴은 2013년에 아메리칸리그로 편입됐다. 올해 구단 창단 후 두 번째로 WS 무대를 밟게 됐다.

LA 다저스는 통산 6차례 WS 정상을 밟았다. 그러나 1988년 이후 우승이 없다. 마지막 WS 우승 후 9전10기 만에 정상 탈환의 기회를 잡았다. 명문 구단으로서는 긴 시간 동안 우승에 실패했다. 28년 무관에 머무는 동안 동부의 명문 뉴욕 양키스는 5차례나 우승을 추가했다. 1993년에 창단된 신생 팀 마이애미 말린스도 두 차례나 우승에 성공했다.

두 팀은 1981년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때 만난 적이 있다. 1981년에는 선수단 파업으로 페넌트 레이스가 전후기로 나뉘어져 치러졌다. 다저스는 전설의 강속구 투수 놀란 라이언(현 휴스턴 수석 고문)이 이끌던 휴스턴을 3승2패로 제쳤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몬트리올 엑스포스(워싱턴 내셔널스 전신), 월드시리즈에서는 뉴욕 양키스를 꺾고 5번째 WS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메이저리그에서 WS 우승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30개 팀이 모두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수 십년을 기다리는 게 기본이다. 지난 해 시카고 컵스는 108년 만에 WS 우승에 성공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 덜미를 잡힌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1948년이 마지막 우승이다. 현재는 가장 긴 69년 동안 무관에 머물고 있다.

구단 뿐 아니라 슈퍼스타들도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하고 은퇴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1941년 MLB 사상 마지막으로 4할대 타율(0.406)을 작성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상징 테드 윌리엄스가 대표적이다. MLB 19년 동안 통산 타율 0.344 홈런 521 타점 1839개 출루율 0.482(역대 1위)의 뛰어난 기록을 남겼지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윌리엄스 시절 보스턴은 ‘밤비노의 저주’ 한복판에 있었다.

비록 약물의 힘으로 퇴색됐긴 하지만 홈런왕(통산 762개) 배리 본즈도 우승 반지가 없다. 그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통산 7차례 MVP를 수상했지만 WS 무대는 2002년 샌프란시스코 시절 딱 한 번 밟았다. 전력이 우세했던 샌프란시스코는 와일드카드로 WS에 진출한 애너하임 에인절스에 7차전에서 패했다. 이 밖에도 시카고 컵스 어니 뱅크스, 샌프란시스코 우완 후안 마리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랄프 카이너, 휴스턴 애스트로스 크레이그 비지오, 필라델피아 필리스 로빈 로버츠, 7차례 타격왕을 지낸 미네소타 트윈스 로드 캐류 등 수많은 명예의 전당 회원들이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고 은퇴했다.

올해 WS 무대에서 맞붙는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휴스턴 애스트로스 저스틴 벌랜더도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둘은 사이영상과 리그 MVP를 수상한 전설이 돼가는 대투수들이다. 커쇼는 2008년 데뷔 후 첫 무대다. TBS 방송의 론 달링 해설자는 “커쇼는 5차례 방어율 1위, 3차례 사이영상과 MVP 수상 등 이 경력만으로도 명예의 전당 회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8월31일 트레이드된 벌랜더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2승으로 MVP를 받았다. 휴스턴은 벌랜더가 없었다면 WS에 진출하지 못했다. 2차전 완투승에 이어 2승3패로 벼랑에 몰렸던 6차전 승리로 팀을 WS까지 이끌었다. 벌랜더는 이번이 3번째 WS다. 2006년과 2012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패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으로 만족했다. 2017년 WS 무대에서 신은 누구에게 우승 반지를 선사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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