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LA 다저스의 홈인 다저스타디움에서 터진 마지막 포스트시즌 끝내기 홈런은 1988년 월드시리즈 1차전 당시 대타 커크 깁슨의 2점포다. 허벅지 부상으로 다리를 절뚝 거렸던 깁슨은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 당대 최고의 마무리였던 오클랜드의 데니스 에커슬리로부터 풀카운트에서 역전 우월 2점 홈런을 터뜨려 다저스에 5-4 승리를 안겼다.

1988년 월드시리즈는 토니 라루사 감독이 이끌었던 오클랜드가 절대 우세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마크 맥과이어-호세 칸세코의 배시 브라더스, 20승 투수 데이브 스튜어트와 원투펀치를 이룬 봅 웰치의 선발진, 마무리 에커슬리 등 다저스보다 전체적인 전력에서 앞섰다. 그러나 깁슨의 끝내기 홈런이 시리즈 향방을 바꾸면서 다저스는 4승1패로 통산 6번째 월드시리즈를 품에 안았다. 팀의 마지막 월드시리즈였다.

16일(한국 시간) 다저스는 디펜딩 월드시리즈 챔피언 시카고 컵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9회 말 3루수 저스틴 터너(32)의 끝내기 3점 홈런에 힘입어 4-1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2승으로 앞서며 월드시리즈 진출에도 한 발 다가섰다. 29년 전 깁슨 이후 처음으로 터진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끝내기 홈런이다. 다저스가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을 승리로 이끈 것도 1985년 이후 처음이다. 터너는 2017년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첫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컵스 조 매든 감독은 9회 말 2사 2루서 톱타자 크리스 테일러 타석때 좌완 브라이언 던싱을 우완 존 랙키로 교체했다.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는 아꼈다. 테일러는 1차전 결승홈런의 주인공. 올해 구위가 현저히 떨어진 랙키는 테일러를 볼넷으로 출루시켜 1, 2루를 허용했다. 다음 타석에는 가을 야구에 강한 터너가 들어섰다. 볼카운트 1-0에서 랙키의 시속 147㎞짜리 투심패스트볼을 공략해 다이아몬드 가운데를 가르는 3점 아치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29년 만에 홈에서 끝내기 홈런을 지켜 본 5만4479명의 관중은 열광했다.

터너는 “홈런 직후 베이스를 도는 동안 1988년의 깁슨처럼 오른손을 당기며 승리를 확인하는 강렬한 몸 동작도 생각했으나 월드시리즈까지 참겠다”며 동료와 팬들에게 목표는 우승임을 새삼 강조했다. 그는 4살 때 할머니 집에서 깁슨의 끝내기 홈런을 TV로 관전한 게 기억난다고 했다. 터너의 2차전 끝내기 홈런은 1988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데자뷔처럼 강렬했다.

터너는 LA 인근 캘리포니아 스테이트 플러튼 대학 출신이다. 2월에 NC 다이노스와 연습경기를 벌이는 야구 명문이다. 2006년 신시내티 레즈에 7라운드에 지명됐다. 이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트레이드됐고 방출을 거쳐 2010년 5월 뉴욕 메츠와 계약했다. 메츠에서 4년 동안 몸담았으나 타율 0.265, 홈런 8개, 타점 86개로 백업 내야수였다.

그러나 다저스와는 궁합이 잘 맞았다. 2014년 2월 다저스 단장 네드 콜레티는 터너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당시 다저스 감독은 타격에 일가견이 있는 돈 매팅리(마이애미 말린스), 벤치코치는 터너의 동문 선배인 팀 월라크였다. 타격 폼을 수정한 터너는 간간이 선발 3루수와 유틸리티맨으로 출장하며 새롭게 태어났다.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타율 0.340에 홈런 7개, 타점 43개로 연봉(100만 달러) 대비 대박을 터뜨렸다. 터너 야구 인생에 전환점이 된 2014시즌이었다. 이후 2015년 홈런 16개와 60타점, 지난해 홈런 27개에 90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간판타자로 발돋움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프리에이전트가 된 터너는 다저스를 떠나지 않고 팀에 잔류했다. 4년 6400만 달러(721억8800만 원)에 재계약했다. 다저스는 오프시즌 마무리 켄리 잰슨, 좌완 리치 힐, 3루수 터너와의 FA 계약이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터너는 다저스에서 치른 포스트시즌 23경기에서 통산 타율 0.377에 홈런 4개, 타점 21개로 큰 무대에서 더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로버츠 감독도 “터너는 큰 무대 체질”이라고 인정했다.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 꿈이 29년 만에 현실로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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