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지구 우승을 이미 확정한 LA 다저스는 25일(한국 시간)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피날레전을 3-1로 이겨 시즌 99승57패를 마크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삼진 6개를 추가해 다저스 사상 처음으로 7차례 탈삼진 200개 이상을 기록한 투수가 됐다. 커쇼는 시즌 18승 4패 방어율 2.21로 워싱턴 내셔널스의 맥스 셔저(16승6패 2.55)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저스는 자이언츠전에서 야스마니 그랜달이 시즌 21호를 터뜨려 팀 사상 최다인 212개의 홈런 기록을 세웠다. 종전 한 시즌 최다는 2000년의 211개다. 공교롭게도 2000년은 메이저리그(MLB) 사상 최다인 5693개의 홈런이 작성된 해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17년 만인 올해 MLB는 기록을 갈아 치웠다. 지난 20일 캔자스시티 로열스 알렉스 고든이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올시즌 5694번째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24일 경기까지 5845개의 홈런이 쏟아져 최다 기록은 계속 경신되고 있다.

다저스는 팀뿐 아니라 6명이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또한 새로운 기록이다. 1979년과 2000년 5명이 20개 이상의 홈런을 친 적이 있다. 루키 코디 벨린저는 지구 우승을 확정한 23일 경기에서 시즌 39호로 내셔널리그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수립했다. 종전 기록은 1930년 보스턴 브레이브스 월리 버거와 1956년 프랭크 로빈슨의 38개였다. 61년 만에 벨린저가 NL 루키 기록을 새롭게 썼다.

MLB 루키 기록은 아메리칸리그가 보유하고 있다. 1987년 오클랜드 에이스 마크 맥과이어의 49개다. 맥과이어는 이 때까지만 해도 약물과는 상관이 없었다. 사실 맥과이어의 49개는 MLB에서 깨지지 않을 기록 가운데 하나로 꼽혔는데 이젠 태풍 앞의 촛불 처럼 보인이다. 조만간 깨질 태세다. 뉴욕 양키스의 센세이션 신인 애런 저지는 이날 5-9로 패한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2개의 홈런을 추가해 시즌 47, 48호를 연달아 작성했다. 저지는 올스타브레이크 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가 최근 19경기에서 11개를 몰아치고 있는데다 양키스가 아직 6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신기록 작성 가능성은 높다.

MLB는 약물조사가 강화되면서 최근 ‘투고타저’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타고투저’로 역전됐다. 올해는 절정에 달해 홈런 풍년이다. MLB의 불명예인 스테로이드 시대 이후 최다치다. 홈런의 희생양이 된 투수들은 시즌 중반부터 “볼에 문제가 있다”고 줄곧 주장했다. 디트로이트에서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저스틴 벌랜더가 이 가운데 한 명이다. 벌랜더는 지난해 생애 최다인 30개의 홈런을 허용했고 올해는 25개다. 눈에 띄게 홈런을 허용한 투수는 커쇼다. 2012년 16개가 한 시즌 최다 홈런 허용이었으나 올해 22개를 내줬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는 생애 첫 만루홈런도 얻어맞았다. 이날 현재 시즌 30개 이상의 홈런을 허용한 투수만 15명이다. 시애틀 매리너스 애리엘 미란다가 최다 37개를 내줬다.

투수들의 볼 문제 지적에 MLB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철저한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볼의 탄력이 종전과 다르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볼 외에 요인은 여전한 금지약물 복용이다. 올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외야수 스탈링 마테이는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돼 80경기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적발된 선수를 야구계에서 추방하지 않는 이상 약물복용은 근절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약물복용이 적발된 넬슨 크루즈(시애틀 매리너스)와 같은 홈런타자들은 프리에이전트 다년계약으로 출장정지 징계 외에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홈런 증가를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갈수록 커지고 강해진 결과라고 평가한다. 이제 웬만한 선수들은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체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파워가 늘면서 타격 매캐닉도 홈런을 의식하는 퍼올리는 스윙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2017시즌은 훗날 ‘홈런의 해(Year of The Home run)’로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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