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부시리그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지난 달 26일(한국 시간)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 3연전을 시작할 때 경기 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미디어 브리핑 화제는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SI) 표지였다. 8월28일자로 발행되는 SI의 표지가 다저스였다.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가 동료 3루수 저스틴 터너에게 승리를 상징하는 스포츠음료 세례를 퍼붓는 사진에 ‘역대 최고 팀?(BEST. TEAM. EVER?)’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작은 제목에는 ‘다저스는 역사에 눈을 돌리고 있다(The Dodger Have Their Eyes On History)’며 한 시즌 최다승 도전에 포커스를 맞췄다.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승은 116승으로 1906년 시카고 컵스와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가 작성했다.

다저스는 SI 표지를 장식 한 뒤 16일이 지난 9월11일까지 딱 1승을 추가했다. 지난 달 26일 이후 1승15패다. 11일에도 리치 힐이 선발로 나섰지만 콜로라도 로키스에 1-8로 패해 10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2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게임 차도 9.0으로 좁혀졌다.

다저스의 연패를 기록적으로 분석했을 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시즌 도중 21경기나 앞섰던 팀이 ‘9월 붕괴’로 지구 우승을 놓친 적은 없다. 다저스 팬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기록이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사상 정규시즌에 10연패를 한 팀이 정상을 밟은 적도 없다. 1953년 뉴욕 자이언츠는 9연패, 1990년 신시내티 레즈와 200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8연패의 쓰라임을 딛고 정상 탈환에 성공한 팀이다.

SI 표지가 화제를 모은 이유는 다름아닌 징크스 때문이다. 미국 스포츠에는 징크스가 많다. 유명한 게 ‘SI 표지 징크스’와 EA 스포츠 게임기 ‘존 매든 저주’다. 존 매든은 풋볼(미식축구) 오클랜드 레이더스 감독을 역임하며 팀을 슈퍼볼 정상에 올려 놓았고 이후 ‘먼데이나잇 풋볼’ 해설자로 이름을 떨친 인물이다.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해 매든 게임기 저작권료를 꼬박꼬박 받고 있다. 매든 저주는 유명하다. 미식축구 게임 ‘매든’의 표지에 등장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부상과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SI 징크스는 역사가 더 길다. 팀이나 선수가 표지로 장식되면 묘하게 시즌이 꼬이거나 다치기 일쑤다. 2016년 4월 뉴욕 메츠 선발 맷 하비, 제이콥 드그롬, 마무리 제리스 패밀라가 표지 인물로 등장했다. 하비는 최악의 시즌과 함께 가슴쪽 수술로 시즌을 마쳤다. 디그롬은 평범한 시즌으로 마무리했다. 54연속 세이브로 팀 기록을 갈아치운 패밀라는 가정폭력으로 체포됐다. 2016년 2월2일 NFL 캐롤라이나 팬더스 쿼터백 캠 뉴튼도 50회 슈퍼볼을 앞두고 SI 표지를 장식했다. 시즌 17승1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뉴튼의 캐롤라이나는 덴버 브롱코스의 수비에 10-24로 패했다. 뉴튼은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은 당시 “SI 징크스는 괜찮겠느냐”던 기자들의 질문을 “매든 징크스는 믿는다”는 조크로 받아넘겼다. 풋볼의 ‘매든 저주’는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자신은 SI 징크스와는 무관하다고 일축한 것이었다. 과연 현재 다저스의 부진은 SI 징크스와 무관한 것일까. 지난 25년 동안 겪어 보지 못한 10연패를, 올해 두 차례나 두자릿수 연승 행진을 벌였던 다저스가 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징크스는 언론이 만든다. 그러나 날마다 경기를 펼치는 감독 선수들은 징크스와 저주, 미신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연패를 당하고 있을 때 머리를 빡빡 깎는 이유도 승리를 염원하는 일종의 주술 형태다. 은퇴한 전 보스턴 레드삭스 데이브 오티스가 비위생적으로 침을 장갑에 뱉었던 행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SI 표지 때문에 다저스가 연패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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