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지난 달 31일(현지 시간) 오랫동안 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저스틴 벌랜더(34)와 외야수 저스틴 업튼(30)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LA 에인절스에 각각 트레이드했다. 벌랜더는 한 때 시속 160㎞(100마일)의 강속구를 뿌리며 2011년 사이영상과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한 최고의 우완투수다. 슈퍼모델 케이트 업튼과의 약혼으로도 유명하다. 공수주를 겸비한 외야수 업튼도 4차례나 올스타게임에 뽑혔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7월31일로 정해져 있다. 물론 8, 9월에도 트레이드는 이뤄진다. 7월31일은 ‘논-웨이버 트레이드’가 마감되는 시점이다. 구단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트레이드다. 8월은 ‘웨이버 트레이드’다. 전 구단에 알려주는 트레이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9월 트레이드 선수는 포스트시즌에 뛸 수 없다.

트레이드 시기를 이렇게 구분해 놓은 이유가 있다. 7월31일까지의 트레이드는 잔여 시즌이 2개월 넘게 남아 있기 때문에 순위 변동의 예측이 쉽지 않다. 이 때 트레이드는 포스트시즌을 향한 베팅이다.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선수가 주로 대상자다. 올해 LA 다저스가 텍사스 레인저스로부터 받은 다르빗슈 유(31)가 대표적이다. 다저스는 3명의 유망주를 내줬다. 다르빗슈는 시즌 후 FA가 된다. 일종의 임대 선수라고 보면 된다. 다저스와 계약한다는 보장이 없다.

8월31일은 순위 변동이 크게 없을 때다. 트레이드를 통해 일방적으로 특정 팀을 밀어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편이 ‘웨이버 공시’다. 각 구단은 트레이드가 되기 전에 벌랜더와 업튼이 웨이버로 공시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8월 트레이드는 플레이오프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승부수다. 휴스턴의 선발 보강은 월드시리즈 진출이 목적이다. 벌랜더가 없어도 지구 우승은 사실상 굳어져 있다.

9월 트레이드 선수를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는 이유 역시 특정 팀 밀어주기 방지에 있다. 가령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운 마이애미 말린스가 슬러거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다저스로 트레이드한다면 포스트시즌 판도가 바뀌게 된다. 이를 사전에 막아 놓는 제도다.

디트로이트의 벌랜더, 업튼 트레이드는 팀의 리빌딩 선언이다. 디트로이트는 2016년 겨울까지 FA 시장의 큰 손 가운데 한 팀이었다. 2017년 팀 연봉이 1억9000만 달러(약 2128억9500만 원)를 상회하며 전체 5위를 기록했다. 두 선수의 트레이드로 팀 연봉이 확 줄게 된다. 오프시즌에도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벌랜더는 2020년까지 계약이 돼 있고, 업튼은 2016년 초에 6년 1억3275만 달러의 장기계약을 맺었다.

디트로이트는 휴스턴에 벌랜더를 주면서 3명의 투수, 포수, 외야수 유망주를 받았다. 그러나 2020년까지 연봉 가운데 해마다 800만 달러를 휴스턴에 보전해준다. 당대 최고 투수였던 벌랜더는 디트로이트와 2013년 3월에 7년 1억8000만 달러에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트레이드되면서 2020년 옵션은 없애기로 했고 ‘트레이드 불가 조항’을 포함시켰다. 2020년 옵션은 2019시즌 사이영상 투표에서 5위 이상을 받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는 조건이었다.

업튼은 2016년 6년 계약 당시 2017시즌 후 옵트아웃(자유계약선수)을 포함했다. 트레이드되기 전 타율 0.279에 28홈런, 타점 94개로 정상급 기량을 발휘했다. 옵트아웃 선언은 아직 하지 않았다. 와일드카드를 노리는 에인절스는 더블A 투수 그레이슨 롱(23) 한 명을 줬고 추후 선수 또는 현금을 디트로이트에 줄 계획이다. 사실 에인절스는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탈락하고 업튼이 옵트아웃을 선언할 경우 빈손이 된다. 이처럼 MLB에서 예상을 깬 대형 트레이드가 가능한 이유는 선수층이 다양하고 폭넓어 선수 수급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KBO 리그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트레이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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