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짱꼴라’로 통했던 전 OB 베어스 투수 장호연은 “0-1로 패전투수가 되는 것보다 8-7로 승리투수가 되는 게 좋다”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역대 OB 선수 가운데 연봉협상이 가장 어려웠던 이가 바로 장호연이다. 그는 KBO 리그의 유일한 개막전 노히트 노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일본의 마에다 겐타는 14일(한국 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지구 라이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LA 다저스의 6-4 승리로 시즌 11승을 챙겼다. 5.1이닝 동안 4안타(2홈런), 1볼넷, 8삼진, 4실점(3자책점)했다. 시즌 5연승에 홈구장 7연승이다. 전날 5이닝 동안 3점을 내주고 승패없이 물러난 류현진과 대조를 이룬다. 득점 지원이 없는 류현진은 시즌 4승 6패다.

현재 다저스 선발 가운데 불펜에서 구원 등판을 한 투수는 3명이다. 개막전 때의 알렉스 우드(14승1패 2.37)와 시즌 중반 불펜으로 내려간 류현진, 마에다 등이다. 류현진은 한 차례 4이닝을 무실점으로 쾌투해 메이저리그 첫 세이브를 작성했다. 마에다는 두 차례 구원 등판했다. 한 번은 류현진처럼 4이닝 세이브를 했다. 류현진은 선발 17차례 등판에서 92.2이닝을 던져 4승6패 방어율 3.79를 기록했다. 마에다는 19경기 선발 등판에서 101.1이닝을 투구해 11승4패 3.82다. 승패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류현진과 마에다는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은 두 차례(엉덩이, 발 타박) 부상자명단(Disabled List)에 올라 사실상 올시즌 규정이닝을 채우기 어렵다. 마에다도 한 차례 햄스트링 부상으로 DL에 오른 적이 있지만 또다른 원인도 있다. 5이닝 피칭이 많았다. 마에다는 올해 5이닝을 던진 게 무려 10차례나 된다. 선발로는 팀내 최다다. 5이닝 투구 성적은 6승2패 3.96이다. 선발투수는 최소 5이닝을 투구해야 승리투수가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강력한 공격력을 갖추고 있어 5이닝을 던지고 승리투수가 되기는 쉽지 않다. 일단 불펜이 강해야 한다. 마에다는 다저스 선발진 가운데 막강 불펜의 덕을 가장 톡톡히 보고 있다.

득점 지원도 류현진과 차이가 크다. 류현진은 전날 샌디에이고전에서 5번 타자 작 피더슨이 득점 기회를 3차례나 무산시켜 1-3으로 리드 당한 상황에서 물러났다. 6회 말에 3점을 뽑아 전세를 역전시켜 구원 토니 왓슨이 승리투수가 됐다. 마에다는 이날 1회 홈런을 포함해 2점을 먼저 내줬다. 그러나 타순이 두바퀴 돈 4회말 3번 타자 저스틴 터너의 3점포와 5번 야스마니 그랜달의 2점 홈런에 힘입어 승리투수의 기회를 잡았다. 마에다는 6회 초에 추가 2실점했지만 마무리 켄리 잰슨(32세이브)을 비롯해 4명의 불펜진들이 3.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아 무난히 11승을 거뒀다. 시즌을 통해도 류현진은 3점 이상 지원이 11차례 불과했고 마에다는 17번이나 된다.

마에다는 지난해 8년 개런티 연봉 2500만 달러(약 285억625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인센티브 계약이 특징이다. 지난해 인센티브로 받은 연봉이 725만 달러다. 이닝은 90, 100, 110, 120, 130, 140, 150, 160, 170, 180, 190이닝을 채울 때마다 25만 달러씩을 추가로 받는다. 선발 등판은 15, 20, 25, 30, 32 경기에 100만 달러씩 추가된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허리 부상에서 복귀할 경우 류현진과 마에다는 선발 자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마에다는 “팬들은 류현진과 로테이션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답했다. 올시즌 둘은 선발과 불펜에서 치열하게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저스는 선발진이 워낙 두꺼워 두 세 차례만 부진해도 불펜으로 밀린다. 어깨 수술 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류현진의 투구를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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