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류현진의 최근 피칭은 수술 전 퀄리티 투수의 그 모습이다.”

7일(한국 시간) 뉴욕 시티 필드에서 벌어진 LA 다저스-뉴욕 메츠전을 전국으로 중계 방송한 ESPN의 해설자 애런 분의 분석이다. 분은 지난 달 31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이어 2주 연속 다저스 게임을 중계했다. 캐스터인 댄 술먼도 이닝 사이마다 “류현진은 오늘 매우 뛰어나고(outstanding) 훌륭한(terrific) 피칭을 하고 있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그럴 만했다. 메츠전 피칭은 어깨 수술 후 가장 빼어났다. 올 시즌 처음 2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에 볼넷이 한 개도 없었다. 올해 16차례 선발 등판에서 볼넷이 없었던 경기는 6월6일 워싱턴 내셔널스전 7이닝 7안타 4실점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2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며 15연속이닝 무실점 행진을 벌였다. 메이저리그 입문 후 수술 전 2014년 18연속이닝 무실점 이후 최다 연속이닝 무실점이다. 시즌 초반에는 어깨 수술 후유증을 겪었지만 최근 6경기에서 방어율 2.08로 분의 분석처럼 예전의 투구를 되찾았다. 7이닝 동안 투구수 96개(스트라이크 66)로 2경기 연속 경제적인 피칭이 돋보였다. 올시즌 처음 4연속 K도 그렸고 22타자를 상대해 포수 트래비스 다노에게 유일하게 안타를 허용했다. 다노는 지난 6월2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류현진으로부터 홈런을 뽑은 바 있다.

◇ 게임체인지 비디오 판독

선발 류현진이 원정 무대에서 안정된 피칭을 할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는 1회 뽑은 선취 3점이었다. 1사 1루서 포스아웃이 돼 2루 땅볼로 출루한 터너는 벨린저 타석때 2루 도루를 시도했다. 2루심 윌 리틀은 아웃을 선언했다. 그러나 터너는 곧바로 다저스 더그아웃을 향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면서 재치있게 오른손을 향한 유격수 아메드 로사리오의 태그를 피한 것. 타이밍상은 아웃이었다. 비디오 판독으로 판정이 번복됐고 벨린저까지 볼넷으로 출루해 기회를 이어갔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상대 선발 스티브 매츠가 좌완임에도 불구하고 더블스틸을 지시해 2사 2, 3루를 만들었다. 이어 로건 포사이드가 깨끗한 2타점 중전안타를 터뜨렸고 백업포수 오스틴 반스도 좌익선상 2루타로 1루주자 포사이드를 불러 들였다. 로버츠 감독은 201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결정전 4차전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대주자로 나서 9회말 도루로 동점 득점을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사상 승부를 바꾼 도루로 꼽힌다. 보스턴은 3패 후 4연승의 기적을 일으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일궈냈다.

◇ 체인지업, 커브, 커터

류현진의 주무기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체인지업이다. 삼진 8개 가운데 강타자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를 포함해 3개를 체인지업으로 솎아냈다. 커브 삼진도 3개였고 직구와 커터로 1개씩의 삼진을 잡았다. 특히 느린 커브로 메츠 타자들의 땅볼을 유도했다. 21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삼진 8개, 땅볼 7개, 플라이볼 6개로 타이밍을 빼앗는 완벽한 투구를 과시했다. 2회 선두타자 윌머 플로레스에게는 유일하게 볼카운트 3-0로 불리했지만 147㎞의 빠른 볼로 삼진을 낚는 위기관리 능력도 뽐냈다. ESPN도 류현진이 교체된 후 투구내용을 분석하면서 체인지업, 커브, 커터로 삼진을 엮는 장면을 보여줬다.

◇ 전국구 스타 류현진

ESPN의 선데이나잇 베이스볼은 팀과 선수들에게는 중요한 무대다. 정규시즌의 유일한 전국 중계다. 선데이나잇 베이스볼 일정이 잡히면 로컬 TV(스포츠네트)는 중계를 할 수 없다. 중계권 계약에서 ESPN이 우선이다. 성적이 부진한 팀은 애초부터 선데이나잇 베이스볼 중계 일정이 없다. 한 시즌에 선데이나잇 베이스볼 중계가 없는 팀도 허다하다. 다저스는 2주 연속 선데이나잇 베이스볼 중계 팀으로 선정됐고 공교롭게도 류현진이 잇달아 등판했다. 류현진은 2주 연속 전국중계로 방영된 경기에서 무실점 호투로 미국 팬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날 뉴욕 퀸즈에 소재한 시티 필드에도 한인 팬들이 류현진을 응원하는 장면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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