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지난 20일(한국 시간) LA 다저스가 11연승을 거두고 홈으로 돌아왔을 때 한 기자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 “다저스의 현재 상승세를 보면 NBA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처럼 약점이 없는 팀 같다”고 치켜세웠다. 로버츠 감독은 “나도 골든스테이트를 좋아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승 반지”라고 말했다.

다저스는 24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 승리로 시즌 68승31패로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0.687)을 고수했다. 다저스가 현재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시즌 110승까지 가능하다. 구단 사상 최고 승수를 작성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시즌 최다승은 116승이다. 1906년 시카고 컵스(116승36패)와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116승46패)의 기록이다. 그러나 최다승이 우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892년 이후 지난해까지 MLB 125년 동안 시즌 100승 이상을 달성한 팀이 나온 것은 총 99번이다. 한 시즌 100승 이상을 3팀이 동시에 작성한 것도 5차례나 된다. 2003년에도 뉴욕 양키스(101승61패), 애틀랜타 브레이브스(101승61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100승61패)가 나란히 100승 이상을 작성한 바 있다. 정규시즌 100승 이상은 거의 지구 우승을 보장한다. 그러나 8개 팀이 100승 이상을 거두고도 지구 우승에 실패한 적이 있다. 1993년 샌프란시스코는 103승59패 승률 승률 0.636의 고공비행을 하고도 104승을 거둔 애틀랜타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빼앗겼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해의 예를 들면서 “지난해 최고의 팀은 시카고 컵스였고 그들은 우승을 거뒀다”고 했다. 로버츠 감독의 말은 ‘올해엔 다저스가 최고의 팀이기 때문에 월드시리즈 우승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1988년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28년 동안 10차례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다저스는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이다.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관문을 거쳐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구는 최고 승률을 작성한 팀의 우승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100승 이상을 거둔 99개 팀 가운데 우승에 성공한 사례는 총 40번으로 승률 0.404다. 그러나 와일드카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도입된 1995년 이후에는 23번 가운데 단 2차례에 불과하다. 2009년 뉴욕 양키스(103승59패), 2016년 시카고 컵스(103승58패) 뿐이다. 100승 이상의 최고 승률을 작성해도 우승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게 기록으로 드러난다.

지난해 선수측과 구단의 노사단체협약 때 월드시리즈 홈필드 규정이 수정됐다. 종전에는 올스타게임에서 승리한 리그가 월드시리즈 홈필드 이점을 가졌다. 즉 1, 2차전과 6, 7차전을 올스타전에서 이긴 리그의 챔피언팀 홈구장에서 벌이고 3, 4, 5차전은 올스타전에서 패한 리그의 챔피언팀 홈구장에서 벌이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리그를 떠나 높은 승률 팀이 우선권을 갖는다. 플레이오프가 ‘새로운 시즌’으로 불리는 아이스하키(NHL), 프로농구(NBA) 등은 높은 승률 팀이 늘 홈링크와 홈코트 이점을 갖고 있다. 미식축구(NFL) 슈퍼볼은 중립지역에서 진행되지만 콘퍼런스 챔피언십까지는 홈필드 어드밴티지가 적용된다.

NBA의 경우 최고 승률을 작성한 팀은 거의 우승에 성공한다. 디펜딩챔피언인 골든스테이트 역시 최고 승률 팀이다. 그러나 야구는 다르다. 상대적이고 모멘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소 11번, 최대 12번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플레이오프 시기에 투타가 상승세를 타야 한다. 승률 낮은 와일드카드 팀이 우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포츠는 흐름이 매우 중요하다.

다저스는 이날 애틀랜타와의 4연전 피날레에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허리 통증으로 2회 후 교체됐음에도 연장 10회 승부 끝에 5-4로 이겼다. 커쇼는 지난해도 허리 부상으로 73일 동안 결장했다. 조만간 부상자명단에 오를 전망이다. 커쇼가 빠진 다저스는 우승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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