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KBO 리그의 모 원로 감독은 “야구는 감독의 게임”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런 얘기를 미국에서 했다면 모두가 웃는다. 야구는 감독의 게임이 아니다. 단장(GM)의 게임이다. 농구와 아이스하키, 미식축구(풋볼) 등은 감독의 게임이다. 전술과 전략으로 경기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LA 다저스는 2003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이후 전반기에 60승을 거둔 첫 번째 팀이다. 61승 29패로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로 전반기를 마쳤다. 지난 40년 동안 전반기에 60승을 거둔 팀은 다저스와 10일(한국 시간) 60승에 턱걸이한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5팀 뿐이다. 다저스로서는 1974년 이후 43년 만의 전반기 60승 고공비행이다.

다저스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으로는 최초로 4년 연속 우승을 거뒀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허리 부상으로 73일 동안 부상자명단(Disabled List)에 올랐음에도 공백이 없었다. 지난 시즌 커쇼와 류현진 등 27명이 DL에 등록 말소를 반복했다. 투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인 15명이 선발로 등판했다. 올해도 현재 23명이 DL에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DL에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등재됐음에도 지구 우승을 차지한 원동력은 팀 구성과 두꺼운 선수층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지도력과 용병술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고공비행의 원천은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단 사장(President of Baseball Operation)의 변화무쌍한 엔트리 조정에서 비롯된다. 지난 시즌 커쇼의 73일 공백 기간을 15명의 선발투수로 메워낸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에이스의 장기 부상은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첫 번째 원인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저스는 91승71패로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4.0 게임 차로 따돌렸다. 올해 에이스 커쇼(14승2패)가 건재를 과시하면서 성적은 전반기부터 고공비행이다.

감독은 필드 매니저다. 프리드먼은 제네럴 매니저 격이다. 현재 다저스 단장은 경제학 박사 출신의 파르한 자이디다. 세이버 매트릭스와 선수단 연봉 조정에 탁월하다. 선수단 운영은 프리드먼의 몫이다. 로버츠 감독은 프리드먼의 방향 설정에 따라 잘 운행하면 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야구 감독을 스키퍼(skipper) 선장이라고 부른다. 프리드먼은 40세의 젊은 사장이다. 남부 루이지애나 주의 튤레인 사립대학 출신이다. 대학 때는 야구장학금을 받았으나 부상으로 학업에 전념했다. 체격은 야구를 했을까 싶을 정도로 왜소하다. 재정학을 전공해 월가에서 근무했고 이게 인연이 돼 투자자인 탬파베이 스투아트 스턴버그 구단주에 발탁돼 야구계에 발을 디뎠다.

다저스는 2014년 디비전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1승3패로 패한 뒤 책임을 단장에게 물었다. 당시 불펜이 취약했다. 다저스 오너십은 돈 매팅리 감독은 해고하지 않고 네드 콜레티 단장을 단장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디비전시리즈 후 구단은 탬파베이와 계약이 만료된 프리드먼을 야구단 사장으로 영입했다. 5년 총 연봉 3천500만 달러의 거금을 안겨줬다. 프리드먼은 부임 후 돈 매팅리 감독(현 마이애미 말린스)을 껴안고 갔다. 부임 기자회견 때 최대 관심사였다. 매팅리는 2015시즌을 마치고 1년 계약이 남은 상태에서 계약 연장을 요구했고 프리드먼은 시즌 후 결정하겠다고 밝혀 자연스럽게 결별했다. 프리드먼은 감독 경험이 없는 로버츠(45)를 명문 다저스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다저스 구단 사상 최초의 소수계 감독이다. 로버츠는 감독 첫 해 올해의 감독상을 받으며 주가를 높였다.

다저스는 전반기 90경기를 치르는 동안 2경기 연속 라인업이 같았을 뿐 매 경기 바뀐다. 라인업은 고정되는 게 좋다는 야구상식도 허물었다. 유격수 코리 시거, 루키 1루수 코디 벨린저 외에는 거의 우완-좌타자, 좌완-우타자 라인업이다. 다저스는 안정된 투수력과 집중력 높은 공격력을 보이고 있다. 득점과 실점 차이가 플러스 163으로 메이저리그 최고다. 다저스는 경기 평균 시간이 가장 길다(3시간16분). 투수를 워낙 자주 교체해서다. 다저스는 10일(한국 시간) 커쇼가 올시즌 팀내 첫 완투승(5-2)을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