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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강계리가 9일 부천에서 벌어진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상대 골밑을 돌파하고 있다. 제공 | WKBL

[부천=스포츠서울 최정식기자]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은 ‘포스트 이미선’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 부임한 임근배 감독은 삼성생명 포인트 가드의 대명사와도 같은 이미선의 출장 시간을 제한하면서 젊은 가드들의 기용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이미선 중심으로 돌아가던 팀에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9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KEB하나은행과의 원정경기에서는 강계리(22·164㎝)의 활약이 돋보였다. 1쿼터 후반 이미선과 교체돼 코트에 나선 강계리는 하나은행의 단신 포인트 가드 서수빈(20·166㎝)을 철저하게 밀착 마크하며 삼성생명의 강력한 압박 수비에 앞장섰다. 최근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며 주목받고 있는 서수빈은 강계리의 악착같은 수비에 당황하며 실책을 연발했다. 이날 턴오버 7개. 강계리는 1쿼터 막판 팀에 리드를 가져다주는 3점포를 터뜨렸다. 프로 데뷔 후 첫 득점이었다. 2014년 드래프트 10순위로 뽑혀 프로 선수가 된 그는 지난 두 시즌 단 2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다. 올시즌도 1경기 출장에 3분17초를 뛰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날 만큼은 20분 넘게 코트를 누비며 팀을 이끌었다. 5점 2리바운드 3도움 1스틸의 기록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삼성생명이 수비의 힘으로 하나은행을 65-63으로 꺾은 만큼 강계리의 역할은 컸다.

임근배 감독은 하나은행전을 앞두고 강계리에게 “160끼리 한번 붙어봐라”라며 서수빈과 맞대결할 것임을 알렸다. 강계리는 “감독님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서수빈 선수의 경기 모습을 찾아보고 어떻게 막을 것인지 생각했다. 타이트하게 수비해서 될 수 있으면 실수를 많이 하도록 만들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오프 시즌 동안 훈련과 경기에서 똑같은 기회를 부여받았던 강계리는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좀처럼 경기에 나갈 기회가 없었다. 강계리는 “개막한 이후에 계속 기다리기만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울기도 했고 운동하기 싫어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 언니들이 조금만 기다리면 기회가 올 거라고 격려해줘서 그런 생각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계리는 “나는 젊으니까 화려한 것보다는 수비에서 열심히 하고 파고들어서 기회도 만들고 하면서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bukr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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