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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훙(가운데)이 22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우승한 뒤 2위 이상화(왼쪽), 3위 브리태니 보위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 | ISU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빙속여제’ 이상화(26·서울일반)에 강력한 적수가 등장했다. 지난 해부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이웃 중국의 스프린터 장훙(27)이 그 주인공이다.

이상화는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5~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시리즈 2차 대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6초83로 결승선을 통과, 함께 레이스를 펼친 장훙(36초82)에 100분의1초 뒤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월드컵에서 최단거리인 500m는 남·여 모두 한 시즌 10차례 이상 치러진다. 그래서 간발의 차로 뒤진 이상화를 이 경기만으로 판단할 순 없다. 문제는 장훙이 최근 3연속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이상화가 구축한 아성을 꾸준히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드컵 여자 500m는 이날까지 1~2차 대회에서 총 4번 열렸다. 지난 14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1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선 부상을 털고 돌아온 이상화가 장훙을 0초22 차로 따돌리며 우승,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1차 대회 2차 레이스, 2차 대회 1~2차 레이스는 달랐다. 장훙은 3번 모두 여자 단거리 선수로는 정상급인 36초대를 끊으며 연달아 우승했다. 그 사이 이상화는 준우승 두 번과 4위 한 번을 기록했다.

2012년까지 쇼트트랙 선수였던 장훙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뒤에도 왕베이싱과 유징 등 중국이 자랑하는 두 스프린터 그늘에 가려져 있던 무명이었다. 초반엔 중·장거리를 주로 탔다. 하지만 지난 해 2월 소치 올림픽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여자 1000m에서 미국과 네덜란드, 러시아 선수들을 모두 제치며 깜짝 금메달을 따냈기 때문이다. 이 대회를 계기 삼아 단거리 선수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올시즌 500m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이상화와 장훙은 실전에서 전혀 다른 스케이팅을 구사한다. 이상화는 올시즌에도 초반 100m를 최고 10초29에 끊는 등 스타트가 아주 좋다. 여자 선수들 중엔 가장 좋은 출발을 갖고 있다. 장훙은 반대로 시작이 약해 초반 100m 최고 기록이 10초63밖에 안 되는데, 이는 월드컵 출전 선수들 중에서도 중하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장훙은 100~500m 구간 스퍼트를 통해 라이벌들을 모두 따돌리고 정상에 오르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제갈성렬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는 “3~4코너 등 결승선을 앞두고는 속도가 오를대로 오른 것을 느낀 선수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스케이팅에 주력하지만 장훙은 그렇지 않다. 끝까지 속도를 끌어올리며 그야말로 ‘신개념 스케이팅’을 하고 있다”며 “쇼트트랙에서 종목을 바꾼지 얼마 안 되어 폼을 더 고쳐야 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평창 올림픽 때 이상화와 치열하게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이상화와 장훙 구도에 헤더 리처드슨, 브리태니 보위 등 미국 선수들이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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