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아산=이웅희 기자] 우리은행이 업셋에 성공했다. 국민은행의 통합우승을 저지했다. ‘위대인’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기적같은 우승을 완성했다.

우리은행이 지난 30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78–72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2년 연속 챔피언이 됐다. 창단 13번째 우승이자, 위 감독 체제 8번째 정상이다.

아산으로 연고지를 이전 한 후에도 수차례 우승을 맛본 우리은행은 아직까지 아산 홈코트에서 우승 축포를 터트린 적 없었다. 주로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진출해 원정에서 열리는 3,4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국민은행에 이어 정규리그 2위로 4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프전을 밟았고, 홈에서 업셋에 완성하며 아산 홈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을 확정지었다.

에이스 김단비는 자신보다 15㎝ 이상 큰 박지수를 막으면서도 공격까지 도맡아 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김단비가 힘으로 박지수를 버텨내준 덕분에 우리은행도 코트 밸런스를 맞출 수 있었다. 당연히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MVP(최우수선수)도 그의 몫이었다. 자신의 세 번째 챔피언결정전에 나선 박지현도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당당한 팀 우승 퍼즐이 됐다. 비시즌 훈련을 하지 못하고 뒤늦게 선수단에 합류한 박혜진 역시 노련하게 제 몫을 했다. 최이샘, 이명관, 나윤정 등도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위성우 감독의 기민한 용병술 역시 빛났다. 시리즈 전 박지수를 보유한 국민은행의 절대적 우위가 예상됐다. 하지만 위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고, 1차전부터 탄탄한 방패를 앞세워 68-62로 승리하며 업셋의 서막을 열었다. 2차전을 내줬지만, 3차전 후반 박지수를 트랩, 도움수비로 봉쇄하는 승부수를 던져 승리했다. 2차전 패배 빌미를 제공한 나윤정이 심리적으로 흔들리자, 3차전부터는 이명관을 투입해 코트 밸런스도 유지했다.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적지 않아, 5차전 청주로 가면 힘들다고 본 위 감독은 4차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결국 정상에 섰다.

가용자원이 절대적으로 적었지만, 그 선수들 위주로 플레이오프(PO)에 챔프전까지 내다보고 선수단도 운영했다. 위 감독은 “주축들이 챔프전까지 계속 뛰어야 했다. 큰 경기에 식스맨을 투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PO때부터 일부러 박지현, 김단비 등을 40분씩 뛰게 했다. 삼성생명과 접전을 많이 하면서 PO에서부터 예방주사를 잘 맞은 거 같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복귀한 박혜진도 다시 한번 우승 주역이 됐다. 비시즌 팀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고, 시즌 도중 부상으로 이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우승 경험 많은 베테랑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위 감독은 “(박)혜진이는 뛰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훈련을 하지 못해 아무래도 좋지 않다. 그래도 확실히 경기를 치르면서 컨디션이 올라오는 거 같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박혜진에게 국민은행 슈터 강이슬 수비를 맡겼고, 박혜진은 강이슬을 꽁꽁 묶었다. 박혜진은 4차전에서도 강이슬을 무득점을 막았고, 경기 막판 우승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장거리 3점포까지 꽂았다.

한편 통합우승을 노리던 국민은행은 높은 박지수 의존도에 발목을 잡히며 왕좌 탈환에 실패했다. 외곽포로 공간을 만들어줘야 할 슈터 강이슬의 부진이 뼈아팠다. 포인트가드 허예은이 시리즈 내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4차전 3쿼터 파울아웃을 당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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