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모든 투수의 과제를 꼽자면 ‘완급조절’을 들 수 있다. 주야장천 속구만 뿌릴 수는 없다. 변화구가 필요한 이유다. 또 있다. 속구도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또 다르다. 오히려 더 ‘상위 단계’라 할 수 있다.

‘화두’는 최원호 감독이 던졌다. 문동주의 피칭을 두고 말했다. 문동주는 28일 문학 SSG전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첫 등판에서 좋은 투구를 펼쳤고, 한화도 SSG 원정 싹쓸이에 성공했다.

최 감독 눈에는 다른 점이 들어왔다. ‘조절’이다. “(문)동주가 주자 없는 상황이나 하위 타선 상대할 때 속구 구속을 늦추는 모습을 봤다. 득점권 위기나, 중심 타선 상대할 때는 또 강하게 던졌다”고 짚었다.

이어 “이런 부분을 보여줬다는 것 자체로 많이 성장했다는 뜻이다. 여유도 생긴 것 같다. 경력 있는 선수들도 쉽지 않다. 속구 스피드 조절하다가 자칫 밸런스가 깨질 수 있다. 동주가 그걸 하더라”고 호평을 남겼다.

문동주는 손사래부터 쳤다.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신 거다. 마지막 5회에 구속이 좀 잘 나와서 그렇게 보인 것 같다. 사실 난 아직 뭘 어떻게 조절하는지 모른다. 날씨가 추워서 조절이 된 것도 같다”며 웃었다.

마침 같은 팀에 리그 최고 수준의 ‘교보재’가 있다. 류현진이다. 완급조절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수다. 온몸으로 보여주는 선수다. 시속 90마일(약 144.9㎞) 정도 나오는 공으로도 빅 리그를 호령한 투수다. 체인지업-커터-커브 등 변화구가 일품이다.

속구 자체도 나눈다. 메이저리그 데뷔 초창기인 2013시즌에는 중요한 순간 시속 95마일(약 152.9㎞)짜리 공을 뿌려 헛스윙 삼진을 뽑아내기도 했다. 30대 중반에도 능수능란한 속도 조절 능력을 보였다.

한국에 돌아왔다고 그 능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29일 KT전에서도 그랬다. 6이닝 2실점 호투를 뽐냈다. 속구 평균 구속이 시속 144㎞였다. 최고는 시속 147㎞까지 나왔다.

초반과 중후반이 달랐다. 5~6회에는 시속 140㎞ 정도 속구도 꽤 많았다. 포털 문자중계에는 아예 시속 139㎞로 잡힌 공도 있었다. 대신 6회말 위기 순간이 되자 시속 143㎞까지 다시 올렸다.

류현진은 “어차피 시작부터 끝까지 전력으로 던질 수는 없다. 상황에 맞게 가려고 한다. 조절한 면이 있다. 개막전 등판에서는 강하게만 갔다가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 생각이 들었다”고 짚었다.

같은 공을 빠르게 던지고, 느리게 던진다. 나아가 커브도 시속 99~117㎞ 분포를 보였다. 이쯤 되면 ‘달인’이다.

1987년생 베테랑과 2003년생 영건. 꽤 많은 것이 다르다. 그러나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류현진이 앞에서 끌어주고, 문동주가 열심히 따라가고 있다. 팬들은 흐뭇하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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