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원성윤 기자] 여자핸드볼 H리그 디펜딩챔피언 삼척이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리그 4위다. 에이스 부상 탓이다. 평균 10골 넣으며 활약한 센터백 김민서(20)가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아웃 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가대표 센터백 김온아(36)도 각종 부상으로 벤치 신세다.

박새영(30)은 마지막 보루(堡壘)다. 세이브(171개)·방어율(39.22%) 1위로 ‘커리어하이’다. 이 페이스라면 340세이브 돌파도 가능하다. 자신이 세운 리그 최고기록 332세이브(2018~2019)도 갈아치울 태세다. 300세이브는 리그 역사상 박새영과 박미라(삼척·316세이브, 2016) 두 명만이 갖고 있는 마의 벽이다.

박새영은 “지기 싫었던 게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박새영은 판단력이 빠르다. 거기엔 피나는 노력이 있다. 상대팀 공격수 영상을 수십 번 돌려보며 분석한다. 언더슛, 중거리슛, 돌파슛도 번번히 쳐내는 것은 재능과 의지 덕분이다.

윙방어율이 46.7%다. 탑5 골키퍼(24~37%) 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각을 좁히며 들어오는 압박에 공격수가 공간을 찾기가 어렵다. 리그1위 SK 김경진 감독조차 “삼척이 우승후보 중 하나인 이유는 국내 넘버원 골키퍼 박새영이 있기 때문”이라고 추켜세울 정도다.

박새영은 경남에서 이적 첫 해, 부상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음 해부터 기량을 회복했다. “(박)새영아, 네가 1라운드부터 뛰어볼래?” 여자핸드볼 최고기록인 2500세이브를 따낸 국가대표 골키퍼 박미라가 주전 자리를 박새영에 흔쾌히 넘겼다. 물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았다.

박새영은 중1 때 핸드볼을 시작했다. 동료보다 늦게 시작했다. 중2~3이 되자 슛을 다 보고 막을 정도로 기량이 성장했다. 고1부터 청소년대표에 뽑혔다.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2014)에서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커진 자신감은 성인이 되면서 고민으로 바꼈다. 유럽과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럽핸드볼연맹(EHF)은 챔피언스리그를 운영한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비롯해 노르웨이, 프랑스,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이 경합한다.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 선수 가운데 헝가리에서 뛰는 류은희(34·교리)가 유일한 해외파다. 경험에서 밀린다.

박새영은 “세계대회에 가면 기존 감을 다 버리고 가야한다”며 “유럽 선수들은 슛 타점이 높고 손목 스냅이 강해 슛하는 걸 보고 움직이면 늦다”고 말했다. 전지훈련에서 유럽 2부리그 팀과 치르는 2~3경기로는 실전감각을 키우기 어렵다.

여자핸드볼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져 은메달, 세계선수권대회에선 22위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박새영은 “대표팀에 10년 남짓 몸담았는데, 훈련량이 많다는 생각은 솔직히 들지 않았다”며 “준비를 더 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파리올림픽이 이제 다섯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그간 국제대회 성적이 나빠) 주위에서 기대를 안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번 올림픽에 모든 걸 쏟아붓고 싶다”며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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