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핸드볼 강호로 SK가 떠오르고 있다. 23~24 핸드볼H리그에서 이번달 들어 남자부 SK호크스, 여자부 SK 슈가글라이더즈가 리그 1위에 나란히 올랐다.

남자부에서 SK는 최근 7연승을 달리고 있다. 초반부터 성적이 좋았던 건 아니었다. 1라운드에서 1승2무2패(승점 4점)로 부진하게 출발했다. 2라운드 들어 꾸준히 상승 기류를 탔다. 그러다 지난 4일, 첫 1위에 등극했다. 한국핸드볼연맹 최초 외국인 감독 포르투갈 출신 누노 알바레즈(48) 감독 수비 전술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유럽에서는 공격을 잘하면 승리하고 수비를 잘하면 우승한다”는 말로 선수들에 ‘수비 핸드볼’을 강조하고 있다.

SK는 개인 기록에서 1위 선수가 없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만큼 팀 조직력이 단단하다. 지난 10일 하남과의 경기에서도 이런 면모가 드러났다. 레프트백 이현식(32)과 레프트윙 장동현(29), 피봇 연민모(28), 라이트윙 박지섭(31), 라이트백 박순근(30)이 나란히 5골씩 넣었다. 선수 개개인이 고른 득점을 보여준다. 상대 수비에게는 모두가 공격수라 골칫거리다.

팀 기록에선 강팀 면모가 드러난다. 득점 1위(323득점), 6m골 1위(175득점), 속공 1위(66개)를 기록하고 있다. 좌우 측면 돌파보다는 중앙 돌파로 인한 슛 성공률이 높다. 상대 실책이 발생하면 곧바로 속공으로 연결한다. 여기에 터키 출신 골키퍼 유누스(35)가 세이브 2위(117개)로 골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다른 팀 한 선수는 “경기를 할 때마다 유누스 골키퍼에 노마크 찬스에서 많이 막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같은 SK 상승세는 디펜딩챔피언 두산에겐 큰 위협이다. 두산은 SK핸드볼코리아 리그 출범 이후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1회 우승에 빛나는 강팀이다. 단 한 차례만 준우승(2014년)을 했을 정도다.

올해도 두산 강세가 예상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SK(8승2무2패)와 2위 인천(8승1무3패), 3위 두산(8승1무3패)이 막상막하 전력으로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SK가 그동안 3회 준우승(2016시즌, 2019~2020시즌, 2021~2022시즌)이 최고 기록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시즌 우승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여자부에서도 SK가 1위(9승1무1패)를 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 광주에서 이적한 센터백 강경민(28)이 공격을 이끌고 있다. 최근 세 시즌(2019~2023) 동안 정규리그 MVP·득점왕을 동시에 차지한 독보적인 존재다. 현재 득점 2위(86득점)를 기록하고 있다. 반박자 빠른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드는 게 주특기다.

여자부 SK는 강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특히 속공이 강하다. 상대 실수를 놓치는 법이 없다. 스틸(47개)이 리그 1위다. 상대팀 패스미스를 곧장 골로 연결한다. 어시스트 2위 유소정(59개)와 3위 강경민(45개)이 팀 전체 어시스트 175개 가운데 59.4%인 104개를 차지할 정도로 팀 위주 공격이 강하다.

SK 김경진 감독(47)은 지난 5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공격적인 컬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선수 한 명이 막히면 다른 선수가 개인 능력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조직력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층도 두텁다. 일본 국가대표 출신 레이(29)를 제외하고 부상자가 없다. 강경민을 이을 유망주도 있다. 센터백 이현주(25)에 대해 김 감독은 “양손을 다 쓰는 선수라 경험만 더 쌓으면 팀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SK그룹은 핸드볼 전체를 지원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최태원 회장(64·SK그룹 회장)은 지난 2008년 협회장에 당선된 뒤 17년째 핸드볼계를 지원하고 있다. 3연속 협회장에 당선되며 협회 운영비로만 6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핸드볼 비전 2030 중장기 발전 전략’ 핵심 과제인 프로화도 이번 시즌 걸음마를 뗐다. SK하이닉스 박현 부사장을 대한핸드볼협회 부회장(한국핸드볼연맹 마케팅 전담 회사 대표)으로 보낸지도 1년이 넘었다. ‘핸드볼 프로화’ 결실에도 성큼 다가왔다. SK 남여 통합 우승이 이뤄진다면 핸드볼에 대한 다른 대기업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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