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강예진 기자] 머문 자리도 아름다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다.

축구대표팀에 없어선 안 될 ‘철벽 수비수’ 김민재에게 ‘벽’이 느껴지는 미담이 전해졌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에 따르면 김민재는 지난 3일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와 8강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 2-1 ‘극적 역전승’을 일군 후 도핑테스트 대상자가 됐다. 한국과 호주 선수 각 2명씩 총 4명이 소변 검사와 피검사를 약 2시간 동안 진행, 대기가 길어지는 상황이었다.

호주 선수가 먼저 마무리한 뒤, 이강인까지 테스트를 무사히 마쳤다. 마지막 순서였던 김민재도 테스트가 종료돼 짐을 챙겨 떠나려는 찰나 김민재가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협회 관계자는 “모두 당황해 ‘여기 청소해 주시는 분이 있다. 얼른 씻고 가서 밥먹자’고 얘기했더니, ‘청소하시는 분들이 한국 사람들은 먹고 치우지도 않고 갔다고 할 수 있다. 조금만 치우고 가시죠. 외국 나와서 그런 소리 들을 필요 없잖아요’라고 김민재가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김민재의 ‘솔선수범’에 대표팀 팀닥터를 비롯해 관계자 모두 한국뿐 아니라 호주 선수들이 먹은 간식까지 청소하기 시작했다.

협회 관계자는 “호주전 막판에 주저앉을 정도로 혼신을 다해 피곤하고 배도 고팠을 텐데, 월드클래스는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전의 극적인 승리를 더 뿌듯하게 해주는 모습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김민재는 이번대회에서도 ‘철벽 수비’로 팀을 지탱하고 있다. 그가 커버하는 수비 범위는 상상 그 이상이다. 빠른 발과 순간적인 판단으로 상대 공격의 맥을 끊는다. 때론 전방까지 볼을 몰고 들어와 공격에 가담하기도 한다. 특히 사우디와 16강전에서는 머리로 결정적인 상대의 슛을 걷어내는 등 ‘극장 승리’에 발판을 놨다.

다만 오는 7일 오전 12시 요르단과 준결승전에는 나설 수 없다. 김민재는 지난달 15일 바레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경고 한 장을 받았고, 호주전 후반 추가시간 경고를 또 받으며 ‘경고 누적’으로 다음 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김민재가 없는 건 큰 공백이다. 하지만 다른 뛰어난 선수들도 많다. 정승현, 박진섭이 있다. 또 수비형 미드필더를 내려 스리백 등의 다른 해결책으로 나설 수 있다. 김민재가 없는 건 확실히 슬프긴 하다.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김민재는 3일 오후 카타르 도하의 알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밝은 표정’으로 회복 훈련에 집중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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