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릉=황혜정 기자] “우리 전력 강해요!”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의 호언장담은 공허한 외침이 아니었다. 실제로 강했고, 그 결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관 대회에서 아이스하키가 처음으로 시상대에 오르는 쾌거를 일궈냈다. 대한민국 여자 3대3 아이스하키 청소년 대표팀의 얘기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중국전을 3-6으로 질 때까지만 해도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메달을 따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난적’ 이탈리아를 상대로 슛아웃까지 가는 승부 끝에 6-5로 이겼고,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중국을 6-4로 꺾으며 결승에 진출, 사상 첫 메달을 따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스하키의 열악한 저변을 고려할 때 이는 엄청난 ‘쾌거’다. 아이스하키 등록 선수는 3352명인데 반해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는 501명에 불과하다(2023년 12월31일 현재). 등록 인구의 15%만이 여성인 셈이다. 이중 성인이 되고 나서 아이스하키를 계속하는 여자 선수는 더 드물다. 501명 중 431명이 18세 이하 선수다. 하나 뿐인 실업팀(수원시청)은 시의 자금 문제로 이관될 위기다.

그런 환경에서 중학생에 불과한 어린 선수들이 해냈다. 선수들은 “주변에 아이스하키를 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다. 직접 해보면 얼마나 재밌는지 우리의 선전을 보고 아이스하키를 시작하는 친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남자 피겨 김현겸(18·한광고)도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피겨 싱글에서 그는 2위 아담 하가라(216.23점·슬로바키아)를 0.50점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관 대회에서 남자 피겨 선수가 올림픽 메달을 딴 건 김현겸이 처음이다.

‘피겨황제’ 김연아가 피겨 붐을 이끈 이래로 많은 어린이들이 피겨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피겨 등록 선수 수는 총 896명(2023년 12월31일 기준)인데, 이중 남자 선수는 62명에 불과하다. 그런 환경에서 김현겸은 경쟁자들의 연이은 실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자신의 실력을 발휘했고, 결국 해냈다.

프리스타일 스키 등록 선수 수는 더 암울한데, 142명에 불과하다. 피겨에서 김연아처럼 이렇다 할 ‘롤모델’도 국내에 없다. 그런 환경에서 이윤승(18·송곡고)이 지난 27일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듀얼 모글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열악한 저변 속에서 일궈낸 금메달이기에 더욱 빛났다.

안방에서 열린 동계 청소년올림픽이었지만, 유망주들의 기대 이상 활약으로 동계 종목도 ‘강국’임을 입증했다. 국가별 순위를 매기지 않는 청소년올림픽이지만, 대한민국은 금메달 7개, 은메달 6개, 동메달 4개로 ‘종합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2년 뒤에 열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이 기대되는 이유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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