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최근 불거진 ‘명문사학’ 배재고등학교 운동부 감독들의 재계약 불가 통보 등 엘리트 체육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학 스포츠계는 재정적 어려움을 토로하며 지원 확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고등학교 운동부가 없다면 대학 운동부 역시 존폐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그야말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더욱이 국내 체육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부처 수장인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마저 배제고 사태를 몰랐던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더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스포츠계를 만나 현안을 청취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격이다.

유 장관은 지난 29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임원진을 만나 대학스포츠 현안과 애로사항 등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KUSF는 대학스포츠 선진·활성화를 위해 2010년 설립했다. 대학 운동부를 운영 중인 대학 총장들의 협의체로 현재 총 135개 대학이 참가하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각 대학 총장은 재정적 어려움을 토로하며 대학 운동부에 대한 지원 확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일반 학생도 스포츠를 즐기고 대학 내에서 다양한 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USF 조명우 회장(인하대 총장)을 비롯해 한진수 부회장(용인대 총장) 등 참석자들은 “16년 동안 등록금 동결, 초중등 예산 확대 대비 제한된 고등교육 예산 등으로 운동부를 해체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대학 운동부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또 이를 위해 KUSF 법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운동부 운영을 위해선 명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상규 부회장(중앙대 총장)은 “최근 40억원을 들여 운동장 인조잔디 교체 등 시설 개보수를 진행했는데 일부 교수와 교내 임직원들이 반발했다”며 “대학이 교비나 발전기금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운동부를 운영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의견을 들은 유 장관은 대학 운동부의 재정적 어려움, 선수 수급 문제 등에 공감을 표했다.

유 장관은 “대학이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선 중,고등학교 선수가 없다. 체육정책 자체가 삐뚤어져 있다. 엘리트 선수 육성도 수업 등 여러 문제가 혼재돼 있다”며 “일반 학교에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은 체육영재고 등을 만들어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운동부가 사라져가는 추세인 것을 안다. 처음부터 다시 재검토해보겠다. 첫 단추부터 다시 꿰어야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 체육을 위해 교육부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안서를 만들어 달라. 교육부와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그는 배재고에서 일어난 운동부 지도자 전원 해임 사태 등 학교체육의 현실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배재고는 최근 야구부를 비롯해 운동부 감독 전원과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놔 학부모와 대립했다. 해당 사실이 스포츠서울을 통해 알려져 배재고 야구부 감독은 유임됐다. 하지만 비슷한 일이 여러 학교에서 반복된다는 제보가 쏟아져 학교체육 전반에 대한 점검이 절실하다.

배재고 사태에 대한 설명을 들은 유 장관은 “그런 일이 있었나요? 상당히 파격적이네요”라며 “우선 사안에 대해 확인을 하고 교육부와 얘기를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선수 이전에 학생이니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일방적 논리로 수많은 학생선수가 학교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 ‘학교체육의 산실’인 배재에서 일어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종목·학교 특성에 맞는 학교 운동부 정책을 만드는데 문체부와 교육부, 체육회, 국회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km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