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주=장강훈기자] 우승은 놓쳤지만 꿈에 한발 다가섰다. ‘입담꾼’ 함정우(29·하나금융그룹)가 손꼽아 기다리던 제네시스 대상을 품에 안았다.

함정우는 12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서원밸리 컨트리클럽(파71·7000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시즌 최종전 LG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3억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3개와 보기2개를 바꿔 1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로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제네시스 포인트 400점을 보탠 함정우는 6062.25점으로 손꼽아 기다리던 대상을 거머쥐었다. 내달 8일 UAE 아부다비에서 시작하는 LIV골프 퀄리파잉 테스트, 14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 테스트에 모두 출전하는 함정우는 “물 들어왔을 때 노저어야 한다”며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했다.

1타 차로 아쉽게 우승 기회를 놓친 함정우는 “내 기량이 딱 이 수준”이라고 촌철살인하더니 “올해 가장 꾸준하게 잘 친 선수가 받는 대상을 받아 매우 만족스러운 시즌을 치렀다. 딸 소율이와 (강)예린(아내)이에게 고맙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상 수상 영광을 아내에게 돌린 이유가 있다. 그는 “상반기에 부진했더니 ‘아이 낳아서 그러냐’라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아내가 힘들어하니 나도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상반기 끝나고 한여름 휴식기 때 아내가 ‘체력과 집중력을 키우려면 달리기를 해야한다’며 매일 5㎞씩 러닝을 시켰다”고 말했다.

집주변 공원을 매일 달렸고, 오전 다섯 시만 되면 퍼트 훈련을 내보냈다고 한다. 함정우의 아내 강예린도 프로선수 출신이어서 성적 부진을 훈련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함정우는 “달리기를 하면서 ‘뛴다고 성적이 좋아질까’라고 의심도 했다. 그런데 하반기 대회를 치러보니 확실히 지구력이 향상됐더라. 체력이 뒷받침되니 정신력도 기술도 유지가 되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반기 11개 대회에서 톱10에 세 번 이름을 올렸는데, 하반기 11개 대회에서는 우승 한 번을 포함해 일곱차례 톱10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함정우의 대상 수상은 가족의 힘이 맞다.

꿈에 그리던 대상을 따냈으니 더 큰 무대로 나선다. 그는 “더 늦기 전에 해외투어 경험을 쌓고 싶다. 꿈은 PGA투어에 안착해 미국에 정착하는 것”이라고 원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시즌 종료 후 3주가량 짧은 휴식기를 가진 뒤 서쪽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LIV골프(아시안투어)든 DP월드투어든, PGA투어든 반겨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도전할 생각”이라며 “부딪혀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전해보고 기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코리안투어로 돌아와 국내 무대에 집중할 것”이라며 웃었다.

“해봐야 내가 될 놈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거침없는 입담을 뽐낸그는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에게 1억원 보너스를 지급하니, 이 돈으로 해외투어에 나갈 경비를 충당할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농담으로 승화했지만, 해외투어 진출이 막연한 꿈은 아니다. 그는 “세계적인 선수와 겨루다 보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면서 “일단 상반기는 해외투어에 집중할 계획이다. 체력 훈련 열심히 해서 길게 버텨보고 싶다. 기술적으로는 해외 선수들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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