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초등학생 같다고 생각했지만, 동기부여가 됐다.”

승부욕이 또 한 번 꿈틀댔다. ‘송곳 아이언’으로 장타자들을 제압하고도 “훈련 방향성을 잡았다”는 말로 더 나은 시즌을 예고했다. 고진영(28·솔레어)이 전설이 개최한 대회에서 맹위를 떨치며 우승 경쟁을 시작했다.

고진영은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에 있는 펠리컨 골프클럽(파70·626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더 안니카 드리븐(총상금 325만 달러)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쓸어 담았다. 대회명에서 알수 있듯 이 대회는 LPGA투어 전설인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주최하는 대회다.

지난해까지 3년간 열린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을 이어받는 대회로, 올해부터 통산 72승을 따내 ‘골프 여제’로 불리는 소렌스탐의 이름을 붙였다. LPGA투어가 선수명을 대회 이름으로 삼은 것은 2017년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 대회 이후 6년 만이다.

8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선 브룩 헨더슨(캐나다)에게 한 타 뒤진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린 고진영은 “오늘 경기를 정말 잘했다. 이렇게 좋은 경기를 한 것이 오랜만인 것 같아 기쁘다”면서 “몇 차례 좋은 퍼트가 있었고, 샷도 좋았다. 남은 사흘도 계속 경쟁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LPGA 투어에서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과 5월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우승, 통산 15승을 보유한 고진영은 시즌 3승 도전에 시동을 건 셈이다. 그는 8월 CPKC 여자오픈에서 연장전 패배로 준우승한 뒤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공동 48위,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메이뱅크 챔피언십에서 공동 20위에 그쳤다가 미국으로 돌아가 모처럼 날카로운 샷 감각을 뽐냈다.

이날 1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고진영은 특히 7∼9번, 11∼13번에서 줄버디를 낚아 경기 중반 집중력을 발휘했다.

빼어난 성적으로 출발했지만, 동반자들의 비거리는 고진영을 반성(?)하게 했다. 그는 이날 넬리 코다(미국), 린 그랜트(스웨덴)와 함께 플레이했는데 “다른 선수들이 나보다 30∼40m쯤 멀리 쳐서 나는 초등학생, 그들은 대학생 같았다. 그들이 피칭웨지 정도로 칠 때 나는 7번 아이언을 들었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는 “기분은 좋지 않지만,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집중하려고 했다”며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데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코다는 3언더파 67타로 고진영보다 4타를 더 쳤다. 송곳아이언으로 장타자를 제압한 고진영은 “그린이 작아서 아이언을 칠 때 집중을 많이해야 한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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