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다른 선수에게 미안하다”

‘기부천사’ 성유진(23·한화큐셀)이 행운의 우승을 차지하고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도전을 앞두고 큰 선물을 받은 셈이다. 반면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한 ‘미녀골퍼’ 김재희(23·메디힐)는 제주의 강한 바람과 세찬 비에 눈물을 흘려 희비가 엇갈렸다.

성유진은 5일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파72·6717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에쓰오일 챔피언십(총상금 9억원) 최종라운드가 두 차례 중단 끝에 취소돼 우승했다. KLPGA 규정에 따르면 72홀 라운드가 천재지변 등으로 54홀로 축소되면 54홀까지 선두였던 선수가 우승한다. 성유진은 3라운드까지 12언더파 204타로 1타 차 단독선두였다.

최종라운드에서는 1번홀(파5)에서 3퍼트로 보기를 적었고 4번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려 벌타를 받아 더블보기를 기록하는 등 난조에 시달렸다. 전반에만 5타를 잃어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경기 시작부터 비가 내리던 제주는 오전 들어 폭우가 쏟아졌고, 오전 11시 45분과 오후 2시 9분 등 두 차례 경기가 중단됐다.

대회조직위원회는 더 이상 대회를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해 3라운드 성적으로 대회를 종료하기로 했다. 비가 그쳐도 일몰 전까지 대회를 마칠 수 없다는 판단도 취소 결정 사유였다. 예비일 없이 대회를 치르는 현실이 우승자를 바꾸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우승경쟁에서 사실상 멀어졌던 성유진은 강풍과 폭우로 4라운드가 취소된 덕(?)에 우승자로 등극했다. 지난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이은 시즌 2승째이자 개인통산 세 번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우승상금은 1억6200만원이다.

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 2차전을 통과한 성유진은 이달 30일부터 12월6일까지 엿새 동안 치르는 파이널 시리즈 출전을 앞두고 있다. KLPGA투어 선수들이 해외진출에 소극적인 데 반해 성유진은 “KLPGA투어 선수들의 경쟁력이 LPGA투어에서 통한다는 것을 알려 더 많은 꿈나무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는 포부로 도전을 선택했다.

미국진출을 앞두고 열린 국내대회에서 행운의 우승을 따내 자신감을 크게 얻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성유진은 클럽하우스에 있다가 우승 확정 소식을 들은 뒤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는데 하늘이 제게 선물을 줬다고 할 정도로 운이 좋았다”며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투어와 퀄리파잉스쿨 예선을 병행하다 보니 피곤했는지 아침에 코피가 났다. 이번 우승으로 골프는 실수했다고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경기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고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3라운드 성적에 따라 이예원(20·KB금융그룹)과 김재희가 공동 2위, 홍정민(22·CJ), 임희정(23·두산건설), 이승연(25·SK네트웍스·이상 10언더파 206타)이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에쓰오일 챔피언십은 톱3를 포디움에 세우고 금·은·동메달을 수여하는 전통이 있다. 이날 시상식에는 공동 2위에 오른 이예원과 김재희가 성유진과 포디움에 올랐다.

이예원은 폭우로 시즌 첫 4승에는 실패했지만 대상 포인트 42점을 보태 651점을 쌓아 시즌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전날 상금왕에 이어 대상까지 확정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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