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대중화 되기 전, 레슨프로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고소득 직업군에 속했다. 필자도 30년 전 처음으로 골프에 입문할 당시, 레슨비를 한 달에 그 당시 돈으로 20만원 가까이 지불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레슨프로도 적었고 지금과 같은 연습장도 많이 없었으며, 동영상이나 SNS 정보도 접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오로지 연습장에 가서 레슨프로가 돌아다니면서 10분 남짓 가르쳐주는 것이 전부였다. 하물며 레슨프로에게 뒷돈을 안 주거나 선물이나 술을 안 사주면, 성의 없이 지나쳐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어쩌다 필드 레슨을 가면 모든 경비뿐만 아니라 라운딩이 끝나고 식사와 술 접대, 선물에다 돈 봉투까지 주는 관행이 빈번히 벌어지곤 했다.

골프가 대중화된 지금은 골프 전문 방송이나 동영상, SNS를 통해서 수많은 정보와 레슨을 공짜로 접할 수가 있다. 레슨프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대한민국 골프 인구의 10명 중의 1명이 자칭 레슨프로라고들 한다. 문제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방송에 나오는 프로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유튜브나 SNS 프로들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또한 연습장의 프로는 레슨비를 많이 받기 위해 고난도의 기술과 스윙을 세분화해 쪼개서 비거리 증대 및 정확한 임팩트를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아마추어 골퍼들을 현혹하고 있다.

프로선수가 아닌 이상 골프는 단순하다. 집 거실에 그림을 걸어야 하는데, 망치로 못을 박을 때 못을 잡고 많은 생각을 하고 박는가? 못이 들어갈까? 삐뚤어지진 않을까? 힘을 얼마나 줄까? 이런 생각 없이 우린 한 번에 못을 박는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못 박듯이 한 번에 생각 없이 스윙하면 된다. 그러나 필드에 가서 어드레스를 하면, 아마는 지금까지 듣고 받아온 수많은 레슨프로의 가르침을 짜깁기해서 슬로비디오로 연출을 한다. 18홀 라운딩이 끝날 때까지 본인의 스윙은 한 번도 못 하고, 레슨프로 흉내만 내다가 온갖 핑곗거리를 만들어 위안을 삼고 라운딩을 마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레슨프로를 선택함에 있어서 현명한 기준점을 제시하자면, 아내 말고 다른 여자를 만나지 마라. 즉 연습장에서 1명의 프로에게만 레슨과 코치 조언을 구하고, 유튜브나 SNS에서도 마찬가지로 1명의 스승을 모시는 것이 샷의 일관성과 슬럼프에 빠지거나 입수가 왔을 때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의 레슨을 받다 보면 잔디에서 볼을 치는 것이 아니라, 골프가 산으로 가고 바다로 갈 수가 있다.

또 자신의 신체적 특징이나 핸디캡을 고려하여 연습 시간이 충분한지, 필드 경험이 많은지 등을 파악해서 레슨프로를 선택해야 한다. 연습을 전혀 하지 않는 아마가 프로 지망생을 위주로 가르치는 레슨프로를 만나면, 몸만 피곤해지고 따라갈 수도 없고 자세도 안 나온다. 반대로 로우핸디를 지향하는 아마가 옛날 방식의 레슨프로를 만나면, 새로운 것을 얻기보다는 있는 것마저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올 수도 있다.

현대 골프 레슨은 헤드와 샤프트의 기술적 발달로 인해 단순 명료해지고 있다. 따라서 레슨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진보하는 장비들에 익숙한 레슨프로에게 배우는 것이 골프의 즐거운 맛을 선사해줄 것이다. 끝으로 대부분의 레슨프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기술, 경험 노하우를 제자나 아마에게 성심을 다해서 가르치려 한다.

일부 소수지만 사이비 교주 레슨프로에 대해 설명하자면 “당신이 지금까지 배웠던 스윙은 골프가 아니다”, “모든 것을 잊고 처음부터 다시 그립을 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 앞에서는 다른 프로레슨에 대해 논하지 마라”, “남들은 골프를 어렵게 가르치는데 나는 쉽게 연습 없이도 속성으로 비법을 전수한다”, “모든 샷을 쪼개고 나누어서 구분해야 좋은 샷이 나온다” 이런 모토로 접근하는 레슨프로는 만나지도 듣지도 보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골프는 연습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장비와 레슨프로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본인이 지향하는 골프 철학과 케미가 맞는 좋은 스승을 만나서 낙엽이 물든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즐거운 라운딩이 되길 바란다. <골프칼럼니스트·‘너나 잘 치셔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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