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귀포=장강훈기자] 아홉 번의 준우승.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며 마음을 다잡은 ‘큐티풀’ 박현경(23·한국토지신탁)이 910일 만에 기다리던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열혈 팬 앞에서 처음 우승해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박현경은 29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핀크스 골프클럽(파72·6748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에서 2차 연장 끝에 파를 지켜내 우승했다. 2021년5월2일 크리스F&C 제43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정규투어 통산 3승째를 따낸 지 910일 만의 우승이다.

첫날 공동 4위로 출발한 그는 강풍 속에 치른 2라운드에서 4타를 잃고 공동 10위로 떨어졌지만, 3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최종라운드에서도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바꿔 이소영(26·롯데)과 공동 1위(8언더파 280타)로 정규 라운드를 마쳤다.

1차 연장에서 나란히 파를 적은 박현경은 2차 연장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간 반면, 벙커에서 두 번째 샷한 이소영의 볼은 그린 앞 페널티 구역에 빠져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차분한 표정으로 퍼트한 박현경은 그간 마음고생이 떠오른 탓이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날 우승으로 아홉차례 준우승 징크스를 털어냈다. KLPGA 선수권자로 등극한 2021년 네 차례 준우승한 박현경은 지난해도 두 번 준우승했다. 올해도 세 차례 준우승에 그쳤는데 “계속 도전하다 보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을 새기고, 넘어갈 때까지 계속 찍을 것”이라고 재치 있게 대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 시기에 세 차례 우승한 박현경은 이번 우승으로 “팬 앞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꿈을 실현했다. 그는 “이전에 한 세 번의 우승 모두 무관중이었다. 수백번 수천번 팬 앞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꿈이 이뤄져서 뜻깊은 우승”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준우승’과 ‘홀수해’ 징크스를 가진 선수가 우승 경쟁해 눈길을 끌었다. 박현경과 연장전을 치른 이소영은 통산 6승을 따냈지만, 짝수해에만 우승하는 독특한 징크스를 안고 있다. 그의 마지막 우승인 지난해 대유위니아 MBN여자오픈은 2차 연장 끝에 트로피를 들어 올렸는데, 그 상대가 박현경이었다.

박현경은 “최근 샷감이 굉장히 좋았다. 기술보다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흔들릴 때마다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한 아빠(박세수 프로)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늘 밝은 표정이었지만, 마음고생이 심했다. 무관중 시대가 끝나고 갤러리 앞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선수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는 “아홉차례 준우승하면서 기회를 못 잡는 선수라고 (스스로를) 의심했다”고 털어놓았다. 기술보다 심리적 단단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근거이기도 했다.

그는 “쉬운 순간이 한순간도 없었지만, 믿고 응원해주신 분이 많아서 이렇게 우승했다”며 비로소 환한 웃음을 지었다.

박현경은 이날 우승으로 1억4400만원을 보태 시즌 상금 순위를 5위(8억3867만2326원)로 끌어올렸다.

황정미가 5언더파 283타로 단독 3위를 차지했고 ‘기부천사’ 성유진(23·한화큐셀)과 ‘장타여왕’ 방신실(19·KB금융그룹) 등이 공동 4위(4언더파 284타)를 차지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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