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퍼들은 평소 연습할 시간이 없다. 그나마 봄철 시즌이 돌아오면 드라이버 몇 번 휘둘러보고 필드로 나간다. 필드에서 연습하는 셈이다. “가을에 제일 잘 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연습하지 않아도 점수가 안 나오면 흥이 떨어진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연습 없이도 기본 하는 법’이다. 골프칼럼니스트 석종대가 ‘즐기는 골프, 사람을 얻는 골프의 비결’을 알려준다. <편집자주>

봄·가을이 오면 골프 장비 업계는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광고 문구 중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똑바로 빠르게”라는 슬로건이다. 이 문구를 액면 그대로 적용한다면, 10년 전 장비를 지금 교체하면 드라이버나 아이언은 자신의 비거리보다 100m 이상 늘어나야 한다는 공식이 성립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장비의 기술적인 부분이나 기능적인 면에서는 발전을 하고 있지만, 골퍼가 만족할 만큼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에 SNS 동영상에서 프로 골퍼가 30년 전 만든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법한 골동품 같은 14개의 클럽과 최신 테크놀로지를 장착한 최첨단 신무기 14개 클럽을 카트 카에 나란히 싣고서 18홀 라운드했다.

전반홀은 30년 된 골동품으로, 후반홀은 최신 장비로 라운드했는데 결과는 상상 밖이었다. 전반이 후반보다 성적이 더 좋았다. 드라이버, 아이언 비거리와 방향은 차이가 나지 않았고 숏게임에서도 대동소이했으며, 퍼터에서는 30년 된 골동품 퍼터가 홀컵에 빨려 들어가는 확률이 더 높았다.

라운드가 끝나고 프로선수가 인터뷰하는데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다음 투어 땐 자신의 클럽 대신 골동품을 가지고 출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극단적이고 단편적인 설정이지만, 장비 성능이나 첨단 기술의 우수성보다 장비를 다루는 사람의 컨트롤 능력이나 실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비거리는 프로나 아마추어나 주말 골퍼에게 예민한 부분이다. 특히 프로에게는 PGA투어는 물론 국내 대회에서도 골프장 전장이 길어지고 심지어 국내에서는 파5로 진행되던 홀이 파4로 전환해 드라이버 비거리 300야드가 넘어야 아이언으로 파온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드라이버 비거리는 우승과 순위 싸움에 결정적인 요소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아마추어나 주말 골퍼가 이용하는 국내 골프장 레귤러 티 기준 전장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진행을 빨리해 한 팀이라도 더 받겠다는 골프장의 얄팍한 상술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코로나19 이후 해외 골프가 금지되고 마스크 사용과 거리두기로 인해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MZ세대와 여성들이 골프장을 찾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골프 붐이 일어나 국내 골프장은 평일에도 예약이 안 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그린피와 캐디피는 오르고 티 박스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연습도 안 하는 아마추어나 주말 골퍼가 비거리 때문에 예민해지거나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대한민국 모든 골프장에서 화이트 티 박스에서 드라이버 200m, 아이언 7번 135m만 똑바로 보낼 수 있다면 모든 홀에서 파온할 수 있다.

연습도 안 하면서 드라이버를 230m 이상 아이언 7번을 145m 이상 보내려고 하는가? 요즘 드라이버 샤프트와 헤드 반발력이 좋아져서 몸통 스윙 안 하고 팔로만 쳐도 힘없는 일반 성인도 200m는 나간다. 굳이 되지도 않는 어깨턴, 보디턴, 힙턴을 해서 밸런스가 무너지면서까지 250m를 보내려고 하는가? 드라이버 200m와 250m는 50m 차가 아니라, 많은 연습과 노력,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평소에 전혀 연습도 안 하고 주말에 가끔 주말 골퍼로 필드에 나가면서 골프 레슨 방송 몇 번 보고 온몸을 다 써가면서 비거리를 250m 보내려고 한다면 비거리와 방향성을 잃어버릴 것이다. 아마추어들이 필드에 나가면 제일 잘하는 표현이 “남자는 비거리”, “다른 건 몰라도 드라이버만 멀리 잘 나가면 그날 라운드는 끝이야”다. 최고로 어리석은 표현이다.

골프는 근육이나 파워가 아니라 클럽 샤프트를 통해 헤드에 힘을 전달해야 비거리를 낼 수 있다. 다시 말해, 몸의 힘이 아니라 헤드의 힘이다. 손과 팔이 헤드에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헤드에 파워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고, 직결성이 있어서 스피드를 일정하게 낼 수 있다.

프로들은 비거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팔과 손, 더불어 보디턴과 힙턴으로 온몸의 무게를 헤드에 전달하지만, 아마추어는 온몸의 체중을 헤드로 전달하기 어렵다. 리듬, 밸런스, 타이밍, 왼쪽 벽 어느 것 하나 유지하지를 못한다. 이유는 단 하나, 연습을 안 하기 때문이다.

연습 안 하는 아마추어나 주말 골퍼는 비거리 욕심을 버려야 한다. 드라이버 200m, 아이언 7번 135m만 손과 팔로 친다고 생각하고 라운드한다면, 골프의 즐거움과 여유와 낭만을 찾을 수 있다.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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