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주=장강훈기자] “제 몸에 집중하는 게 비결 아닐까요?”

30대 중반이지만 경쟁력은 여전하다. 프로 18년 동안 64승을 따내 살아있는 레전드로 불리는 신지애(35) 얘기다. 꾸준함 덕분에 그를 롤모델로 삼는 선수가 많다. 중학교 3학년인데도 드라이버로 285야드를 보내는 박서진(15)은 “선수생활을 길게 하고 싶다. 신지애 선배님이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신지애는 22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서월밸리 컨트리클럽 서원힐스 코스(파72·6647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2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6개와 보기3개를 맞교환해 3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4위에 올랐다. 공동 5위는 이정은6와 더불어 이 대회에 출전한 한국인 선수 최고 성적이다.

“초반에 흐름을 만드는 데 실패한 건 아쉽다”고 밝힌 신지애는 “우승은 놓쳤지만 모처럼 국내 무대에서 대회를 치르니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는 65승에 실패했지만, 70승 이상 할 때까지 열심히 골프 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여자선수들은 30대 중반이면 은퇴를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신지애는 “오래 선수생활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쟁력을 잃으면 롱런할 수 없다. 신지애는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네 차례 LPGA투어 대회에 출전했는데 준우승 한 번을 포함해 세 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 두 번은 메이저대회에서 따냈다. 경쟁력이 얼마나 빼어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20위 이내인 선수 중 최고령이라는 말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골프를 잘하고 싶다”고 여전한 열정을 과시했다.

꾸준함을 유지하는 비결로 ‘쉼’을 꼽았다. 프로선수여서 일상의 80~90% 비중을 골프가 차지한다. 그는 “그래서 골프할 때와 쉴 때를 명확히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턱대고 쉬는 건 아니다. “어쩔 수 없다. 프로선수이므로 골프 생각을 완전히 떨쳐내기는 어렵다. 골프와 무관한 일에 크게 신경 쓸 여력은 솔직히 없다”면서도 “그래서 몸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휴식이 필요하면 몸을 최대한 편안하게 만들고, 피로가 쌓이면 마사지 등으로 다음 스텝을 이어갈 준비를 한다. 많은 훈련은 물론 도움이 되지만, 훈련만큼 ‘잘 쉬는 것’이 뒷받침되어야 지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신지애의 철학이다.

그래서 그는 “그림 전시회나 뮤지컬, 콘서트 등을 관람하면서 리프래시한다”고 말했다. 그림이나 음악에서 영감을 받을 때도 있고, 꼬인 생각이나 막힌 기운을 뚫을 때도 있다고 한다.

신지애는 “무대 위에 서 있는 배우나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 공연하려면 무대 뒤에서 엄청난 노력을 해야만 한다”며 “이런 분들을 보면서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 내 무대(필드)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는 게 내 일이니까,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동기를 얻을 방법을 알고 있는 것 또한 꾸준함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채우는 게 있으면 비우는 과정이 필요한데, 신지애는 이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다.

그는 “많은 대회는 아니지만 한 번씩 LPGA투어에 오면 후배들을 통해 또 영감을 얻는다”며 “시즌이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LPGA투어 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2일부터 일본 이바라키현 오이타마에 있는 타이헤이료 클럽에서 개막하는 토토클래식(총상금 200만달러)에 출사표를 던졌다.

신지애는 “주로 훈련하는 코스이기도 하고,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 대회에서 준우승했던 곳이다. 준우승 아쉬움을 올해 LPGA투어 우승으로 달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프로 통산 65승을 향한 ‘리빙 레전드’의 도전은 멈출 생각이 없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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