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주=장강훈기자] “여기 좀 봐주세요!

세계 최정상급 여자골프 스타가 운집한 19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서원힐스 코스(파72·6647야드). 이른 새벽 내린 폭우에도 갤러리들이 모여들었다. 국내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정규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20만달러)을 보기 위해서다.

이날 개막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2019년부터 LPGA투어로 열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인기가 뜨거운 지역답게 궂은 날씨에도 8000여 명 이상 갤러리가 대회장을 찾았다. LPGA투어 자체를 만끽하기 위해 방문한 순수갤러리도 있고 같은 색깔의 모자를 맞춰쓰거나 플래카드를 제작해 응원하는 선수를 따라다니는 팬클럽도 적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전 세계랭킹 1위였던 넬리 코다(25·한화큐셀)는 “한국은 갤러리들의 열기가 대단하다. 팬들이 보내주신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돼 기분좋게 라운드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情)을 만끽할 수 있어, 선수들도 밝은 표정으로 경기에 임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믹스트존 앞에 줄지어 선 갤러리에게 다가가 사인도하고, 사진도 찍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은 김효주(28·롯데)는 밀려드는 사인 요청에 성의껏 응대하다가 한켠에서 조용히 자신을 기다리는 팬클럽을 발견한 뒤 끝내 “죄송합니다”를 외쳐야했다.

개막일 8000여 명이 몰려들었다는 건 주말에 구름 관중이 운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톱클래스인 임성재(25·CJ대한통운)가 출전한 한국프로골프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도 대회 최종일 6000여명이 대회장을 찾은 것을 고려하면, LPGA투어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성남에서 먼 길을 달려온 정수진(56) 씨는 “고진영 선수를 좋아한다. 평소 KLPGA투어 대회장에도 종종 가는데, LPGA투어 정규대회가 수도권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티켓을 구매했다. 갤러리플라자도 크고, 먹거리와 볼거리가 다양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를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런 대회가 봄, 가을에 한 번씩 열렸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모처럼 국내 팬을 만난 신지애(35·스리본드)는 “오랜만에 팬들을 만나니 너무 기분좋다. 대회 시작 전에 셀럼이 가득했는데, 팬들의 응원과 함성을 들으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2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다. 그는 “전반에 타수를 줄이지 못해 답답했다. 그러다 15번홀(파5)에서 샷이글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 같다. 마지막홀을 버디로 마무리해 남은 사흘도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 퍼팅이 조금 아쉬웠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코스나 잔디에 빠르게 적응해 괜찮을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갤러리의 큰 관심 속 열린 대회 첫날은 버디쇼로 장식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골프여제 애슐리 부하이가 이날 하루에만 버디 10개를 솎아냈고, 재미교포인 앨리슨 리가 9언더, 호주교포 이민지가 8언더로 리더보드 상단에서 출발했다.

‘슈퍼루키’ 유해란도 보기없이 버디만 7개를 잡아내 공동 5위로 출발하는 등 첫날부터 팬들의 눈을 시원하게 했다.

자신의 18홀 최소타 타이기록을 작성한 앨리슨 리는 “샷과 퍼트 모두 마음먹은대로 됐다. 곧바로 2라운드를 시작하고 싶을 정도”라고 웃으며 “어릴 때부터 한국을 자주 방문했는데, 특히 김치를 많이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날씨가 좋아지면 그린이 딱딱해질 것 같은데, 그린 플레이에 신경써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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