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송도=장강훈기자] “언제 또 볼까 싶어서 왔어요. 날씨도 좋고.”

경기도 광명에 거주하는 송호진(47) 씨는 15일 가족들과 인천 송도에 있는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코리아(파72·7470야드)로 ‘가을소풍’을 나왔다.

골프 팬이기도 한 송 씨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임성재(25·CJ) 선수를 보기 위해 왔다. 시간은 좀 걸렸어도 ‘언제 또 PGA투어 선수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싶어 아내, 아이들과 함께 소풍가는 기분으로 왔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두 시간가량 운전해 대회장을 찾은 정민지(32) 씨는 “골프장 이용료가 너무 비싸 필드 대신 스크린골프를 즐기는데, 남자 선수들 경기가 재미있다는 친구 얘기를 듣고 같이 왔다. 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임성재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다고 해서 따라왔는데, 매너도 좋고 실력도 빼어나 놀랐다”며 웃었다.

정 씨를 유혹(?)한 이명주(32) 씨는 “언론에서는 여자대회 인기가 더 많다던데, 실제로 갤러리하면 남자대회가 훨씬 재미있다. 볼이 클럽 페이스에 맞는 소리도 엄청나고, 눈으로 좇기 힘들만큼 빠르고 멀리 날아가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그 역시 “임성재 선수가 우승 경쟁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친구를 꾀었다”고 말했다.

현역 PGA투어 선수인 임성재가 출전한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은 매년 골프팬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18년에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사상 최초로 3만명이 넘는 갤러리가 입장했고, 2019년에는 단일대회 최다인 3만8000여 명이 대회장을 찾았다.

올해도 첫날 2500여명을 시작으로 3라운드까지 9700여 명이 다녀갔다. 임성재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도전하는 최종라운드에는 티잉그라운드와 그린 주변에 빌디딜 틈 없는 관중이 몰려들어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대회 관계자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선수와 갤러리를 위한 대회로 알려져 매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갤러리 수준도 매우 높아서, 진행요원들이 따로 할 일이 없을 정도로 성숙한 관전 문화를 보여주신다”고 말했다.

크게 사랑받는 대회여서 협회도 대회 존속을 위해 두문불출하고 있다. 올해 제네시스 측과 계약이 만료되는 터라 재계약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네시스가 후원하는 코리아 챔피언십이 2025년까지 계약돼 있어 차별화 전략을 고심해야 한다. 선수와 팬을 모두 만족시키는 대회인만큼 협회 협상력에 따라 대회 품격이 더 향상할 수도 있다.

존속만큼 중요한 것은 코리안투어 모든 대회가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해야한다는 점이다.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드라이빙레인지부터 휴식과 경기 준비 등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선수들에게는 볼이 매우 중요한데, 다른 대회와 달리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도 각자 사용하는 브랜드 볼을 쓸 수 있다. 진행요원이 일일이 분류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최상의 경기력을 위해 기꺼이 감수한다는 게 대회 주최측의 마인드다.

캐디를 존중하는 문화도 제네시스 챔피언십의 특징이다. 캐디빕에 선수와 캐디 이름을 함께 새기고, 우승자 캐디빕을 함께 전시한다. 우승자 캐디에게는 미니어처 트로피를 수여하고, 선수가 홀인원 등으로 자동차를 부상으로 받으면 캐디에게도 선물한다. 동기부여가 확실하다는 의미다.

역설적으로 제니시스 챔피언십과 비교할 만한 대회가 늘어나면 ‘빅스타’ 탄생도 가속화할 수 있다. 올해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임성재를 보기 위해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코리안투어에도 임성재와 비슷한 실력을 갖춘 선수가 있는데, ‘빅리그 스타’라는 이미지까지 넘어서기는 어렵다.

빼어난 실력과 팬에게 친절한 매너는 ‘과연 빅리거’라는 찬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코리안투어에도 실력과 매너를 겸비한 스타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 구름 갤러리에 감탄만 할 게 아니라 코리안투어의 전반적인 수준과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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