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영암=장강훈기자] 사실상 마음을 접었다. 입영 날짜까지 받았으니 “이번에도 안 되면 그만둬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음을 내려놓으니 기적이 찾아왔다. 김근태(26·스릭슨)가 기적을 경험했다.

김근태는 11일 전남 영암에 있는 골프존카운트 영암45 카일필립스 A·B코스(파72·6385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스릭슨(2부)투어 시즌 최종전인 20회대회(총상금 1억2000만원)에서 16언더파 200타로 우승했다. 2019년 프로로 입문한 지4년 2개월여 만에 따낸 첫 우승. 그는 “크리스마스 다음 날 입대한다. 영장도 이미 나와 있다. 스릭슨투어에서 3년간 고생했는데, (성적이 안 나와서) 골프를 계속할지 갈등했다”고 입을 뗐다.

그는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정말 간절하게 뛰었다.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절실한 순간에 행운이 찾아왔다”면서 “입대를 연기할 수 있을지 알아봐야겠다. 가능하다면 코리안투어 1년 뛰고 입대하고 싶다”고 바랐다.

미국 테네시 주립대에서 골프와 학업을 병행한 김근태는 대학 골프 토너먼트에서 개인전 2회 팀 5회 등 우승을 경험했다. 대학원에서 코치 제의가 있었지만 병역 해결을 위해 귀국했는데, 2019년 6월 준회원, 8월 정회원에 입문하면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대학 때는 비거리가 길지 않아도 영리한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갔다. 그린 스피드도 3.0 스팀프미터 이상이어서 그린플레이도 잘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우선 무조건 낮은 스코어를 내야 경쟁할 수 있더라. 군산CC나 솔라고CC 등은 비거리가 짧으면 성적을 내기 어려울뿐더러 그린 스피드가 2.5스팀프미터 정도에 불과해 퍼팅감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2020년 코리안투어에 입성했지만 10개 대회에서 9차례 컷 통과에 실패했다. 시드를 잃고 스릭슨투어에서 다음을 기약했지만, 그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그는 “어머니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 형편이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힘들게 운동했다”며 “귀국 후 혼자 연습장 끊고 독학하다시피 훈련했다. 라운드도 자주 못 나갔다. 어머니께서 ‘돈 버는 게 낫지 않느냐’는 말씀을 하셨을 정도”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프로 선수이니 레슨을 하면서 생계와 훈련을 병행하던 그는 코리안투어 먼데이 예선에 출전해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 정도 했는데 안되면 안되는 것”이라고 포기하려던 이유이기도 했다. 지역추천으로 출전한 iMBank 오픈에서 공동 23위에 올라 “한 번 더 해보자”는 의지를 다진 그는 “이번 대회는 그린스피드가 3.4스팀프미터 가량 나와서 편하게 플레이했다. 거리도 드라이버 평균 280야드 정도로 늘었는데, iMBank 오픈에서 뛰어보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감은 도전 의욕을 자극했고, 마지막 순간에 우승 트로피가 기적처럼 찾아왔다. 그는 “박상현 선배처럼 마흔을 넘겨서도 투어를 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내며 “스릭슨에서 클럽과 볼을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덕분에 (경제적) 부담 없이 연습할 수 있었던 점도 샷감을 회복한 이유”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병무청에 (입영 연기가 가능한지) 알아보러 가야 한다”며 종종걸음으로 대회장을 나서는 김근태의 뒷모습이 어쩐지 신나 보였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