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박준범기자] 우려와 비판 속에서도 황선홍호는 증명해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대회 전만 해도 기대보다 우려와 걱정이 컸다. 황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서 일본에 0-3으로 충격패하며, 휘청했다. 그리고 지난 6월엔 중국과 2차례 평가전을 통해 부상자 3명이 발생하며 또 한 번 비판 여론에 시달렸다. 또 음주운전 전력이 이상민(성남FC)을 발탁했다가 여론의 이른바 ‘집중포화’를 맞았다.

하지만 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황 감독은 집요할 정도로 평정심을 유지했고 선수단도 하나로 똘똘 뭉쳤다. 그리고 모든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과정과 결과를 모두 가져오는 만족할 만한 대회로 마쳤다.

◇‘간절’했던 황선홍, 차출 교통정리부터 선수 피드백까지

황 감독에게도 아시안게임은 중요했다. 감독으로서 포항에서 성공했지만, 이후 FC서울과 대전하나시티즌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그렇게 ‘야인’으로 지내던 황 감독이 연령별 대표팀으로 기회를 잡았다.

황 감독은 여기저기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대표팀 차출을 위해 K리그1,2 지도자들과 일일이 소통 행보를 보였다. 선수를 추천받기도 하고 직접 경기를 보며 선수 ‘풀’을 좁혀갔다. 성인대표팀과의 선수 차출 교통정리를 위해서도 직접 관계자들과 연락을 취하며 해결색을 모색했다.

더욱이 황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며 피드백까지 남겨줬다. 이른바 ‘과제’를 부여했다. 특히 공격수들에게 힘을 쏟았다. 무엇보다 공격수 박재용(전북 현대)과 안재준(부천FC)에게는 명단 발표 후 직접 전화해 책임은 자신과 코칭스태프에게 있다는 뜻을 전달하며, 부담을 덜어줬다. 뿐만 아니라황 감독은 유럽파들 경기까지 모두 챙겨보며 애썼다. 대표팀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차출 시기를 놓고도 계속해서 이강인과 직접 연락하며 상황을 파악했다. 그만큼 ‘배수의 진’으로 대회를 준비했고,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효율적 ‘로테이션’, 완벽에 가까웠던 대회 운영의 ‘묘’

아시안게임은 일정이 그야말로 빡빡하다. 리그와 달리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2~3일 간격으로 계속해서 경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결과가 잘못되면,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황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줄곧 큰 폭의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결과까지 냈다.

22명의 엔트리 중 골키퍼 김정훈(전북 현대)을 제외하면 21명이 모두 한 번씩은 그라운드를 밟아 봤다. 특히 2선 자원들은 고른 출전 시간을 분배받았다. 황 감독은 결승전에서도 일부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이를 통해 상대보다 체력적인 우위를 점했고, 선수 개개인의 최상의 퍼포먼스를 끌어낸 것이다.

◇최약체 공격진 평가, 2선 극대화로 ‘상쇄’

황선홍호는 대회 전부터 역대 최약체 공격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현규(셀틱)의 차출 불발과 주민규(울산 현대)의 와일드카드 발탁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황 감독의 선택은 박재용(전북 현대)과 안재준(부천FC)이었다. 다만 둘은 국제 무대에서 검증된 자원이 아니었다.

황 감독은 조영욱을 최전방에 배치, 사실상 ‘제로톱’에 가까운 전략을 내세웠다. 이강인, 고영준(포항), 엄원상(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2선 자원들과 조화를 통해 공격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는 제대로 적중했다. 황 감독은 토너먼트에서는 활동량이 많고 수비 가담이 좋은 안재준을 측면 공격수로 배치해 재미를 봤다. 황선홍호는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치른 7경기에서 무려 27골을 넣었다. 경기당 4골에 가까운 화력이다. 정우영이 8골로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붙박이 스트라이커 없이 거둔 ‘성과’라 의미가 있다.

◇시선은 이제 ‘파리’로

황 감독의 시선은 이제 파리로 향한다. 내년 4월에 열리는 U-23 아시안컵에서 3위 안에 포함되어야 올림픽 본선에 직행한다. 4위는 플레이오프를 치러 진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과는 또 다른 대표팀을 꾸려야 한다.

대표팀은 올림픽에서 2012 런던 대회(동메달) 이후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6 리우와 2020 도쿄 대회에서는 8강에서 좌절했다. 황 감독은 “축구라는 게 점점 디테일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원이 있어야 한다. 피지컬, 분석 파트와 함께 일했는데, 이런 부분의 지원이 없으면 축구가 쉽지 않다. 피지컬과 분석 파트를 늘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없다. 이러한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파리 올림픽에서도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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