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함정우(29·하나금융그룹)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난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개인 스포츠 이미지가 강한 골프에 ‘가족애’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함정우는 지난 8일 경기도 여주에 있는 페럼클럽(파72·7232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5000만원)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에 이어 2년 만에 이 대회 우승을 따내 호스트인 최경주(53·SK텔레콤)이 가진 대회 2회 우승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대회 첫날 5언더파를 기록하고 “날아다닌 하루다. 코스 세팅이 워낙 어려워서 5언더파면 우승할 것 같다. 대회 끝날 때까지 5언더파를 유지해 우승하고 싶다. 우승할 때도 됐다”고 싱글벙글했다. 그러면서 “요즘 어린 자녀와 우승 사진을 찍는 게 유행인 것 같더라. 나도 소율(딸)이와 가족사진을 우승 트로피와 함께 찍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난달 24일 끝난 iMBank 오픈에서 허인회가 우승한 뒤 아들을 번쩍 들어 올리며 포토월을 장식했다. 추석 연휴 끝자락에서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 기쁨을 만끽한 박주영이 아들, 남편 등과 우승 기념사진 한 컷을 남겼다.

올해 초 딸을 얻은 함정우의 눈에 자녀와 우승 기념사진을 찍는 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첫 우승 때는 혼자 사진을 찍었다. 2021년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아내와 찍었는데, 올해는 아내와 딸과 함께 사진 찍는 게 꿈이었다. 꿈을 이뤄 감회가 새롭다”며 활짝 웃었다.

아빠가 된 후 책임감이 커졌다고 고백한 함정우는 “예전에는 오버파를 기록하면 포기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악착같이 (끝까지) 경기한다”며 “하루 8시간가량 연습한다. 일단 무조건 연습장으로 간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제네시스 포인트 1위로 올라선 함정우는 “개막 전부터 제네시스 대상을 목표로 삼았다. 꾸준한 활약이 필요한데, 21 연속 대회 컷 통과를 했다. 이형준 선배가 가진 31 연속 대회 컷 통과 기록을 목표로 나선다면, 제네시스 대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네시스 대상을 노리는 이유가 또 있다. 모든 선수의 꿈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더 늦게 전에 입성하겠다는 포부다. 올해 제네시스 대상을 받으면 PGA 콘페리(2부)투어 퀄리파잉 테스트 본선 직행 티켓을 얻는다. 본선에서 일정 이상 성적을 거두면 콘페리투어 풀시드뿐만 아니라 PGA투어 입성도 가능하다.

함정우는 “예전부터 (미국에 도전하겠다고) 생각했지만 미뤄왔다. 한 번 더 미루면 더 이상 도전할 수 없을 것 같다. 올해는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함정우의 상상은 또 현실이 될까. 그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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