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얼마 전에 조카가 태어났어요. 당장 달려가서 보고 싶은데, 좋은 선물까지 안고가게 돼 너무 설레요.”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한국에서 기다릴 가족들을 곧 만난다는 게 우승보다 더 즐거운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1년 5개월여 만에 트로피를 들어올린 김효주(28·롯데)는 어느해보다 즐거운 한글날을 맞이했다.

김효주는 9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더콜로니에 있는 올드 아메리칸 골프클럽(파71·6475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어센던트 LPGA(총상금 18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2타를 더 줄여 13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시즌 첫 승이자 LPGA투어 통산 6승, 개인통산 20승 고지를 한꺼번에 밟았다.

첫날 7언더파로 단독 선두로 출발한 김효주는 아타야 티띠꾼(태국) 렉시 톰슨(미국) 비앙카 파그단가난(필리핀) 등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지난해 4월 롯데챔피언십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우승했다.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김효주는 “올해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우승이 없어서 아쉬웠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이번에 우승해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중요한 건 우승”이라며 “내내 좋은 스코어를 유지한 것도 좋았지만, 마지막을 우승으로 마무리한 게 진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두 차례 준우승을 거두는 등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한 아쉬움을 대변한 말이다. 그 역시 “그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아쉬웠던 마음이 사라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5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지만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마지막 홀에서야 우승을 확신했다”고 털어놓은 김효주는 “오늘 샷과 퍼트가 정말 잘 됐다면 조금 더 일찍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집중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5타 차 선두라는 사실이 위안이 되긴 했지만, 끝까지 우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우승 갈증을 풀어낸 김효주의 다음 목표는 최저타수상이다. LPGA투어는 시즌 평균타수 1위에게 베어트로피를 선물한다. 평균타수 상은 다승이나 상금왕보다 진짜 실력을 가늠하는 잣대다. LPG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려면 필요한 이력이기도 하다.

김효주는 “올시즌 목표는 우승과 평균타수 1위였다”면서 “오늘 우승을 달성했으니 남은 것은 평균타수 1위”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목표를 달성하면 성공적인 시즌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3연속시즌 우승에 한·미 통산 20승을 따낸 그는 올해만 200만달러를 웃도는 상금(201만4978달러)을 따냈다. 김효주가 한시즌 상금 200만달러를 돌파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자신의 최다상금 기록을 경신했으니, 타이틀 홀더에 욕심을 낼 만하다.

이번 대회까지 평균타수 69.79타로 투어에서 유일한 60타대 선수다. 시즌 끝까지 현재 성적을 기록하면 베어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다. 그린적중률(74.37%)과 라운드 언더파(46회) 등에서 1위에 올라 ‘가장 기복 없는 선수’로 불리므로 부상 등 변수만 없다면 시즌 목표 두가지를 모두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트로피와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김효주는 “언니가 얼마전 아이를 낳았다. 조카를 만난다는 설렘에 얼른 달려가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기다리는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우승 소식을 함께 가져가게 돼 너무 기분좋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오는 19일부터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서원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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