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여주=장강훈기자]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 못지않다.”

‘한국산 탱크’ 최경주(53·SK텔레콤)가 만족감을 드러냈다. 자신이 호스트로 나서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5000만원)이 열리는 페럼클럽(파72·7230야드)의 코스 세팅이 흡족해서다.

최경주는 4일 페럼클럽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대회 미디어데이에서 “연습라운드했더니 ‘한국에서도 이런 세팅이 가능하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신경써서 준비해야한다. 어떻게든 페어웨이를 지켜야 좋은 경기할 것 같다. 컷통과를 목표로,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코스 세팅에 관여한 건 아니다. 그저 “선수들은 골프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즐기기 위한 무대가 아니”라며 “변별력이 있어야 한다. 코스 측에서는 ‘한국 최고의 코스 컨디션을 보장하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연습라운드 때 보니 그린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급이더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코스 변별력은 코리안투어 정상급 선수들도 원하는 점이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허인회(36·금강주택)는 “코리안투어 코스 세팅에 관한 이슈가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말이 안되는 곳에 핀을 꽂아두는 것으로 변별력을 가르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짧은 전장이어도 티잉 구역과 핀 위치를 어떻게 세팅하느냐에 따라 최대 40야드가량 늘일 수 있으므로, 다양한 클럽과 샷을 활용할 수 있는 세팅이면 변별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대회는 어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 코스 세팅은 충분히 변별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디펜딩챔피언으로 타이틀 방어에 도전하는 이형준(31·웰컴저축은행) 역시 “세팅을 어렵게 해두면, 한타한타 아껴서 치게된다. 버디가 계속 나오면 두 타를 잃어도 금세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드라이버 칠 때부터 부담을 느끼는 곳은 전략적으로 플레이한다. 페럼클럽은 그런 곳”이라고 맞장구쳤다.

KPGA 경영진 중 일부는 “프로대회는 버디가 많이 나와야 팬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회 전체가 이른바 ‘버디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프로라는 이름에 걸맞은 샷을 뽐낼 코스 구성이 필요하다는 게 선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경주는 “경기력을 높일 수 있는 코스는 선수들의 성장을 돕는다. 프로무대이니 기량에 걸맞은 세팅이 뒷받침되는 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별력은 결국 시각적으로 위압감을 주는 것에서 갈린다. 선수들도 ‘핀이 어려운 곳에 꽂혀있다’는 생각보다 ‘내가 핀으로 못친다’고 생각하는 쪽이 발전을 위해 좋다. 핀 위치 문제가 아니라 러프가 길어서 무조건 페어웨이를 지켜야 한다거나, 아이언 샷 정확도를 높여 공이 떨어져야하는 곳, 세울 수 있는 곳을 정확하게 공략하는 제구력을 기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들 아이언으로도 볼을 제어할 수 있으면 PGA투어나 다른 해외 투어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최경주의 생각이다. 그는 “이번 대회는 그린이 빠르고 딱딱하다. 위에서 내리꽂아도 그린 밖으로 굴러나갈 수 있다는 뜻”이라며 “그린을 지나면 곧바로 다음홀 티샷을 해야하는데, (앞 홀 결과에 따라) 여러 생각이 들 것으로 보인다.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선수들은 고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번대회는 페어웨이 너비가 최대 25m에 불과하다. A컷은 35㎜로 평이한 편이지만, B러프는 100㎜에 달한다. 허인회는 “드라이버를 멀리 쳐놓고, 러프에서도 웨지로 그린을 공략하는 스타일인데 이 코스는 나와 안맞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진정한 프로들의 샷이 페럼클럽을 수놓을 예정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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