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기자] 자신의 구위에 대한 확신이 있다. 그래서 지난주 고전을 두고 구위 문제가 아닌 컨디션의 문제라고 봤다. KBO리그 중간 투수 중 가장 강한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던지는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25)이 구위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했다.

고우석은 지난 5일 수원 KT전에서 올시즌 첫 아웃카운트 5개 세이브를 올렸다. 5-4로 1점차 리드. 8회말 1사 1, 2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은 첫 타자 이호연을 유격수 땅볼 병살타로 처리해 빠르게 8회를 끝냈다. 유격수 오지환의 재치 있는 수비로 8회말이 종료됐다.

하지만 9회말 다시 위기와 마주했다. 선두 타자 배정대에게 안타가 될 수 있는 타구를 홍창기가 잡아내 고우석과 팀을 도왔다. 이어 대타 문상철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으나 조용호를 유격수 정면 타구로 잡았다.

그리고 황재균과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황재균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볼카운트 2-2에서 결정구로 커브를 구사했으나 황재균이 스윙을 참았는데, 마지막에 던진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를 황재균이 이겨내지 못했다.

고우석은 13세이브째를 올렸다. LG는 시즌 전적 68승 43패 2무가 됐다. 2위 KT를 6.5경기 차이로 따돌렸고 KT와 상대 전적 6승 5패로 상대 전적 우위도 점했다.

다음은 경기 후 고우석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아웃카운트 5개 세이브를 올렸다. 올시즌 처음이다.

일단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수원 구장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관계자분들이 고생해주신 덕분에 경기가 재개됐다. 그라운드 상태가 걱정이 됐는데 좋은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아웃카운트 5개 세이브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수비 덕분이다. 수비가 정말 잘 도와줬다. 어려운 경기, 어려운 상황을 수비 덕분에 풀어갈 수 있었다.

-지난주 토요일 한화전에서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염경엽 감독과 볼배합에 대한 대화를 나눴고 염경엽 감독은 변화구보다는 포심 위주로 던지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그 부분이 오늘 경기에 반영이 됐나?

아니다.

물론 감독님께서 하신 말씀이 무엇인지는 이해했다. 그런데 나도 고집이 있는 편이다. 감독님이 슬라이더가 약하다고 말씀하셔서 아예 초구부터 끝까지 슬라이더만 던질까 생각도 했다. 감독님께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경기 나갈 때 되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마운드에 오르고 나서는 그냥 빠른 템포로 던질 생각만 했다.

-토요일은 슬라이더 회전이 풀려서 들어갔다. 그리고 포심은 손에서 빠지더라. 그날 왜 유독 안 좋았나?

그날 정말 밸런스가 안 좋았다. 정말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날은 밸런스가 깨진 상태로 던졌다. 최재훈 선배에게 몸에 맞는 볼을 범한 후 평생 하지 않았던 투구 모션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했고 정말 큰 실수를 범했다. 나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난 경기였다.

-슬라이더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슬라이더가 범타를 유도하기 좋은 구종이니까 더 포기할 수 없다는 얘기 같다.

그런 점이 있다. 그리고 슬라이더를 던지는 게 정타 위험도가 가장 낮기도 하다. 내가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길어서 감독님께서 나를 많이 못 보셔서 내 슬라이더가 약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

-황재균과 마지막 승부는 어떻게 전개했나? 커브를 결정구로 생각한 것 같았는데 스윙이 나오지 않았다. 이후 포심을 던져서 헛스윙을 잡기는 했는데 다소 몰린 것 같았다.

커브에 반응만 하면 무조건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다행히 황재균 선배님이 커브에 완전히 반응을 안 한 게 아니라 반응을 했다가 스윙하지 않았고 그 모습을 보고 포심을 던지면 이길 수 있겠다 싶었다.

-커브에 헛스윙을 하지 않아서 아쉽지는 않았나?

커브로 승부가 나지 않아도 반응만 유도할 수 있으면 그다음 공으로 다시 승부할 수 있다고 봤다. 포심이 완전히 높게 가거나 어처구니없게 빠지지만 않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고 무조건 포심으로 갈 생각이었다.

-현재 몸상태는 어떤가?

베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토요일 경기는 밸런스가 안 좋았지만 컨디션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안 좋은 경기를 했지만 각오를 한 번 더 했다. 다시 매 경기 한국시리즈라는 생각으로 치르겠다는 마음뿐이다.

-볼배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볼배합 문제로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건 나중 문제로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밸런스가 깨지지 않도록 잘 준비하는 것이다. 마운드 위에서 내 공을 던지지 못하는데 볼배합을 얘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이 패스트볼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는 것 같다.

그렇다. 오늘도 꾸준히 던졌다. 높은 쪽으로 계속 던지려고 노력했고 빠지지 않고 잘 들어갔다.

-팀 성적은 잘 나오고 있는데 본인에게는 힘든 시즌이기도 하다. 어떻게 마음을 잡고 있나?

모르겠다. 2021년 올림픽 갔다 오고도 안 좋아서 많이 힘들었고 작년에는 마지막에 될 것 같았는데 안 되면서 힘들었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올해는 그냥 절대 마지막까지 놓지 않고 스스로 끝내면 절대 안 된다는 마음이 강하게 든다.

경험이 쌓이고 나이도 좀 먹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약간 흔들릴 수는 있어도 무너지지는 말자는 마음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못해도 막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경기에 꾸준히 내보내 주시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끝까지 잘하고 싶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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