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장강훈기자] “으아~.”

KT와 SSG가 맞붙은 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경기전 훈련을 위해 수비 위치로 이동하던 SSG 최주환이 KT 이강철 감독에게 인사했다. 그러자 이 감독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채 “으아~”라는 장탄식으로 화답했다. 이 감독은 오른손 검지를 세운 뒤 왼손으로 검지 바깥쪽을 스치듯 지나가는 제스처를 취했다.

무슨 뜻인지 금세 알아차린 최주환은 “수원 홈런왕입니다”라며 껄껄 웃었다. KT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대형타구를 날렸지만, 우측 폴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것을 두고 한 얘기다. 최주환은 “(추)신수형도 인정했다. 수원에서만 폴을 살짝 비껴가는 파울홈런이 몇 개인지 셀 수 없을 정도”라며 손에 끼고 있던 미트를 쳤다.

최주환의 파울 홈런은 결과적으로 이날 양팀의 희비를 갈랐다. 최주환은 0-2로 뒤진 7회초 1사 1루에서 KT 고영표가 던진 공을 힘껏 잡아당겼다. 타이밍이 살짝 빨랐지만 크게 솟아오른 타구는 외야로 뻗어나갔다. 모든 시선이 타구에 집중됐고, 타석에서 벗어나 타구를 지켜보던 최주환은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큰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 공이 우측 폴 바로 옆 파울지역이었기 때문. 가까이에서 지켜본 KT 팬은 안도의 한숨을, 정면에서 타구를 바라본 SSG팬은 아쉬움의 탄식을 내쉬었다. 결과적으로는 좌중간 2루타로 득점 기회를 만들었지만, 하재훈이 3루수 정면으로 향하는 땅볼을 치는 바람에 추격에 실패했다.

이 감독은 “7회 1사 2,3루가 승부처였다. 그 장면에서 최주환의 타구가 홈런이 됐더라면 승리를 예측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재훈의 타구도 잘맞았는데, 야수 정면으로 빠르게 굴렀다. 고영표의 제구가 팀을 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제구가 빼어난 투수도 한 경기에 두세 개 실투한다. 최주환에게 두 개의 실투가 날아갔는데, 한 번은 우익수에게 잡혔고, 나머지 한 번은 파울이 됐다. 우리로서는 운이 따른 승리”라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그 순간 최주환이 지나가며 인사했으니, 이 감독의 장난기가 동한 셈이다.

이 감독의 장난에 최주환이 한술 더 뜨니 더그아웃에 웃음꽃이 터졌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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