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천=정다워기자] 현대건설과 한국 여자배구의 살아 있는 ‘전설’ 양효진은 대표팀의 세대 교체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양효진은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 후 김연경, 김수지와 함께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1989년생으로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대표팀과 소속팀을 병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베테랑 선수들이 모두 빠진 가운데 대표팀은 성장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전패를 당하며 심각한 침체에 빠졌다. 팀을 이끌던 김연경의 공백도 매우 크지만 중앙에서 중심을 잡던 양효진의 빈자리도 크게 느껴진다. 190cm의 장신에 노련한 네트 플레이를 구사하던 양효진이 빠진 미들블로커 라인을 젊은 선수들이 채우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여전히 V리그 최고의 미들블로커인 그를 그리워하는 팬도 많다.

10일 현대건설 훈련지에서 만난 양효진은 “무슨 일이든 한 번에 잘 되는 것은 없다. 세대 교체도 마찬가지다. 세대교체를 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선수들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 승리하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더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대표팀에 다녀온 선수들이 배운 게 많다고 하더라.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도 VNL 한국 경기를 보러 갔다. 중국전을 현장에서 응원했는데 정말 밖에서 소리쳐가며 열심히 응원했다. 한 세트를 따는 모습을 보고 더 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대회, 경기를 거듭할수록 우리 선수들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봤다. 어려움 속에서도 분명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양효진은 특히 같은 포지션의 띠동갑 후배인 이다현을 보며 마음이 쓰인다. 그는 “옆에서 보면 다현이는 배구를 잘하고 싶은 성취도가 아주 강한 선수다. 배구에 대한 여러 생각을 공유하고 물어보기도 한다. 서로의 플레이를 봐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그 나이 때 느꼈던 것에 관해 이야기도 자주 한다. 어리지만 대화할 때는 어리다는 생각이 안 든다. 앞으로 더 발전하고 잘할 수 있는 선수다. 기대가 된다”라고 후배를 격려했다.

대표팀을 떠난 양효진은 이제 온전히 현대건설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두 시즌은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2021~2022시즌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회가 중단돼 정규리그 1위를 달리던 현대건설의 봄 배구를 볼 수 없었다. 지난시즌에는 외국인 선수와 주요 선수들의 줄부상 속 악전고투 했지만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플레이오프에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양효진은 “우승할 기회가 두 번이라 날아가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보시는 분들은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정말 힘든 경험이었다. 인생에도 변수가 있다. 배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게 묘미 아니겠나”라며 “이번시즌에는 달랐으면 좋겠다. 지난시즌 챔피언결정전을 보면서 소름이 끼쳤다. 그런 명승부를 TV로 보니 더 마음이 쓰리더라. 이번엔 우리가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 앞의 두 시즌과 달리 시즌 중간에는 물음표가 붙더라고 마지막엔 느낌표로 끝내고 싶다. 더 이상 기회를 놓치기 싫다”라며 2023~2024시즌에는 꼭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어느덧 양효진은 개인 통산 17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심지어 그는 단 한 번도 팀을 옮긴 적이 없다. 양효진은 “벌써 또 시즌이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마음가짐도 달라지고 있다. 일단 컵 대회는 즐기면서 하려고 한다”라며 “사실 이렇게까지 내가 나이를 먹는 시기가 올 것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주변에서는 은퇴 시기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데 진짜 나도 마찬가지다. 일단 현실에 충실하면서 다음시즌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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