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150만 달러로 올리면 1.5배 좋은 선수가 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메이저리그(MLB)와 마이너리그 최소 연봉 인상, 떨어지지 않는 MLB 구단의 이적료 등으로 점점 더 어려운 외국인 선수 영입이지만 상한제는 유지된다. 10구단 단장 모임인 실행위원회에서 외국인 선수 100만 달러 상한제 인상을 두고 논의가 있었는데 인상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입장 차이는 있었다. A구단 단장은 “개인적으로는 올리는 게 맞다고 본다. 실무자들 얘기를 들으면 MLB 최소 연봉 상승으로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한국행 선호도가 떨어진다고 한다”며 “교체 외국인선수 영입도 지금 규정에서는 이적료 지급하면 줄 수 있는 금액이 크게 줄어든다. 상한제를 유지하기로 결정됐지만 추후 꾸준히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BO리그는 2019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100만 달러 상한제를 실행했다. 이전에는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과 이적료가 꾸준히 올랐고 구단들은 피할 수 있는 지출을 감수하곤 했다. 영입 경쟁이 붙으면 몸값이 200만 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폭등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고 2018년 9월 100만 달러 상한제가 확정됐다. 처음 한국땅을 밟는 외국인 선수는 연봉, 인센티브, 이적료, 세금을 모두 포함한 계약 규모가 100만 달러를 초과할 수 없다. 다만 다음해 재계약을 맺는 외국인 선수는 100만 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으며 다년 계약도 허용된다.

당시 MLB 최소 연봉 규모가 약 50만 달러였던 만큼 100만 달러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규모라고 판단했다. 실효성도 입증이 됐다. 드류 루친스키, 케이시 켈리, 에릭 요키시, 크리스 플렉센, 댄 스트레일리, 아담 플럿코, 에릭 페디 등 100만 달러 상한제 속에서도 수준급 외국인 투수가 지속적으로 한국 땅을 밟고 있다.

호세 피렐라, 소크라테스 브리토, 애런 알테어 등 상한제를 적용받은 채 한국 땅을 밟았지만 2년 이상 활약하며 자신의 몸값을 높인 외국인 타자도 있다. 작년에는 MLB 올스타 출신인 야시엘 푸이그가 100만 달러에 키움과 계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상황도 변했다. 2022년 3월 체결된 MLB 노사협약으로 미국에서 뛰는 선수들의 최소 연봉이 인상됐다. MLB의 경우 지속적으로 최소 연봉을 올리기로 했는데 올해 MLB 최소 연봉은 72만 달러다. 마이너리그 또한 연봉을 포함한 대우가 향상됐다. 최소 연봉 인상은 물론 이전과 달리 주거비와 식비 등을 구단에서 제공한다.

그러면서 한국행을 거부하는 외국인 선수 숫자가 늘고 있다. B구단 단장은 “최소 연봉이 올라가면서 한국행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선수가 많아지고 있다.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들이 특히 그런 것 같다. 예전에는 MLB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젊은 선수들이 커리어를 전환시키기 위해 한국을 선호하는 모습이 있었다. 최근에는 마이너리그도 대우가 좋아지면서 계속 빅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도 실정에 맞게 금액을 올리는 게 맞는지 단장님들과 대화를 나눴다. 결국에는 비용 문제다. 비용 상승에 따른 운영비 부담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크게 다가왔다. 100만 달러를 150만 달러로 올려도 마찬가지이지 않나. 100만 달러 선수들이 150만 달러 받고 오게 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고 실행위원회 분위기를 전달했다.

C구단 단장도 “150만 달러로 올리면 1.5배 좋은 선수가 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보다 수준 높은 선수를 데려오는 게 목적이라면 차라리 200만 달러로 크게 높여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면 그만큼 비용 문제가 커진다. 상한제를 없애자는 얘기도 없지는 않았는 데 과거 외국인선수 과다 지출 문제에 직면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 상한제는 유지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시즌 중 영입이다. 교체 외국인 선수의 경우 잔여 일정에 맞춰 상한제가 적용된다. 정확히 시즌이 절반 남은 시점에서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때는 최대 10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로 계약 규모가 줄어든다.

올시즌 이미 6구단(SSG, 키움, KT, KIA, 두산, 한화)이 최소 한 명, 최대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는데 모두 “시장에 선수가 없다”고 한탄하듯 한 목소리를 냈다. 결과적으로 KT, KIA, 두산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KBO리그 경력자를 재영입했다.

어렵다고 해도 구단들은 대만 프로야구 혹은 독립리그도 바라보며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구단 수익이 늘어야 제도 변화도 가능하다. 코로나19로 바닥을 쳤던 구단 수익이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외국인 선수 100만 달러 상한제 또한 시간을 두고 지켜볼 문제다.

KBO 관계자는 “실행위원회에서 100만 달러 상한제는 유지되기로 했다. 다만 세금은 포함하지 않는 등 세부적으로 수정할 여지는 남겨뒀다”고 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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