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후회하고 있습니다.”

‘자승자박(自繩自縛)’. ‘자신이 만든 줄로 제 몸을 스스로 묶는다’, 즉 자기가 한 행동에 자신이 구속되어 어려움을 겪는 것을 의미한다.

마약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고있는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이 유치장으로 연행되며 고개를 떨궜다.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구속 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가 유아인의 ‘자승자박’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4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유아인과 지인 A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가 이뤄졌다.

유아인은 구속의 갈림길에 서자 “혐의 상당 부분을 인정한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같은 태세전환이 유아인의 구속 여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10시 30분경 검은색 정장을 입고 변호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유아인은 고개를 떨군 채 담담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마약 혐의를 인정하냐’, ‘공범의 도피를 시도한게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유아인은 “혐의 상당 부분을 인정하고 있고, 공범 도피 시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약 1시간 30분간 조사를 마치고 오후 12시 35분경 유아인이 법원을 빠져나왔다.

‘혐의를 어떻게 소명했냐’, ‘5개 마약 혐의 모두 인정하냐’, ‘증거인멸 부분 어떻게 소명하셨냐’ 등의 취재진의 물음에 유아인은 “증거인멸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씀 드렸다. 제가 밝힐 수 있는 진실을 그대로 밝혔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마약한 걸 후회하고 있냐’는 말에 “후회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경찰과 법원 출석 내내 담담한 표정이던 모습과는 달리 수갑을 차고 경찰관들의 손에 이끌려 나온 유아인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미리 준비된 경찰 호송차에 올랐다.

유아인은 코카인, 대마, 케타민, 프로포폴, 졸피뎀 등 5종의 마약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유아인의 의료 기록과 마약 간이 소변검사, 국립과학수사원 모발 정밀 검사 등을 종합해 유아인이 마약을 상습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아인의 지인 A씨는 미술작가로 유아인의 마약 투약을 돕거나 함께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포함한 지인 4명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앞서 지난 19일 유아인을 수사 중이던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유아인과 A씨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어 검찰은 22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과 경찰은 유아인이 공범을 해외로 도피시키려 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며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아인 측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코카인 투약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 측과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유아인은 그동안 대부분 혐의를 부인해왔다. 지난 3월 27일과 5월 16일 두 차례의 소환 조사를 받은 그는 프로포폴과 케타민 등이 치료 목적이었으며 특히 코카인은 투약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돌연 이날 “혐의에 대한 상당 부분을 인정한다”고 입장을 바꾼 것을 놓고 구속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아인이 구속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도주 및 증거 인멸 시도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지난 18일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된 남태현과 서민재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재판부는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필로폰 투약 등의 혐의를 받은 박유천은 양성반응이 나온 후에도 지속적으로 혐의를 부인했다는 이유로 구속수사를 받았다.

유아인의 경우 대마 등 일부만 투약을 시인했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된 점, 경찰의 소환조사에 두 번 불출석해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도주 우려를 높인 점 등으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도 일부 점쳐진다.

다만 유아인이 공인이며, 현재로선 초범인 만큼 경찰이 그를 구속 수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유아인은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치장에 머물게 된다. 영장이 발부되면 구속 상태로 경찰 수사를 받게되고, 기각되면 풀려난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24일 밤, 또는 25일경 결정될 전망이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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