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손흥민의 공간 창출처럼 협회 확장을 위해 뛰겠다.”

신임 대한축구협회(KFA) 상근 부회장에 선임된 김정배(57)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김 신임 부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KFA 새 이사진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협회 변화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중요한 때에 동참하게 됐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30여 년 문체부에서 일한 경험이 잘 쓰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승부조작 가담자의 ‘기습 사면 사태’로 공분을 일으킨 KFA는 지난달 초 이사진 전원이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물러났다. 사퇴를 고민하다가 쇄신안을 들고 잔여 임기를 채우기로 한 정몽규 회장은 고민 끝에 기존 실무를 책임지고 경기인과 소통에 주력하던 전무이사직을 없애고 상근 부회장 제도를 도입했다. 정 회장은 “현 상황은 행정 전문가가 조직을 추스르고 의사결정과 홍보 등 협회 행정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며 “(기존 전무가 해온) 일선 축구인과 소통은 경기인 출신 부회장이 영향을 발휘해 줄 것”이라고 했다.

1966년생인 김 부회장은 포항고,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했고 영국 서리대에서 관광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 문체부 제2차관으로 발탁되기 전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부처 업무를 총괄했다. 이밖에 문체부 국제체육과장, 박물관정책과장, 문화여가정책과장 등 다양한 직무에 봉직했다. 또 동계올림픽특구기획단 특구기획담당관,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과 관장 직대로도 일한 적이 있다.

김 부회장은 “협회에서 내가 할 일과 해보고 싶은 일을 세 가지 정도 잡았다”며 “첫째는 협회 내 정비할 일이 없는지 살펴 일의 효율성이 커지도록 하겠다. 둘째는 소통 강화다. 사람 몸에 병이 생기는 건 막힌 곳이 있어서라더라. 조직도 마찬가지다. 활력 있게 움직이려면 막힌 곳이 없어야 한다.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고 외부와 막힘없는 소통으로 이어지게 힘쓰겠다. 셋째는 협회의 역할 확장”이라고 했다. 특히 역할 확장과 관련해서는 손흥민(토트넘)을 빗대 표현했다. 그는 “축구에서 중요한 건 공간 확보, 공간 창출이라고 한다. 지난 리버풀전에서 손흥민이 얻은 골도 공간 창출에서 비롯됐다. 협회 확장을 위해 두 가지를 결합하고 싶다. K리그 승강제와 스포츠산업”이라며 “현직에 있을 때부터 관심 두고 추진한 것이다. 한국 축구가 7부로 돼 있다. 잉글랜드를 포함한 대다수 축구 선진국처럼 하부리그부터 차근차근 최상위리그까지 올라가는, 세분화한 체제를 KFA에서 2033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미력하게나마 보탬이 되겠다. 승강제가 튼튼하게 만들어지면 스포츠산업은 이 토대에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습 사면 사태 등 이전 집행부에 나온 논란을 두고 정 회장 주변에 ‘예스맨’만 있어서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조직은 생물로 비유한다. 단일한 기준은 없다. 처한 상황, 여러 변수에 따라 바람직한 조직 형태가 있을 것이다. 내일(4일)부터 정식 업무를 하는데 내부 여러 문제점을 일으킬 소지가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시급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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