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삼성의 ‘일등주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삼성을 이끌던 고(故) 이건희 회장은 ‘일등주의’ 철학을 앞세웠다. “역사는 1등만 기억한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문구가 삼성의 철학을 대표했다. 스포츠단 운영에도 삼성의 철학은 고스란히 반영됐다. 하지만 이는 이미 과거일 뿐이다. 2014년부터 제일기획이 스포츠단을 맡으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삼성은 4대 프로 스포츠 구단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수원 삼성(축구), 삼성 썬더스(남자 농구), 삼성 라이온즈(야구), 삼성화재(남자 배구)가 그 대상이다. 삼성생명 블루밍스(여자 농구)도 운영한다. 여자농구를 제외하면 과거 영광과 다르게 하나같이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수원 삼성은 과거 ‘레알 수원’으로 불렸을 만큼 화려한 스쿼드를 자랑했다. K리그를 리딩하는 명문 구단 중 하나였다. 최근 4년간 성적은 8위~8위~6위~10위다. 특히 지난시즌엔 구단 창단 후 처음으로 승강 플레이오프(PO)를 경험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 과정에서 레전드 감독들은 ‘리얼 블루’라는 이름 아래 수명이 짧았다. 모두 재임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이임생, 박건하, 이병근 감독이 그렇게 짐을 쌌다. 그렇다고 원하는 만큼의 투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선수 이탈은 발생해도 이를 채우지 못했다. 올시즌에도 오현규(셀틱)가 떠난 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오현규의 이적료 300만 파운드(약 43억 원)는 선수 보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7경기 2무5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기고 이병근 감독이 경질됐다. 올시즌 K리그 첫 번째 감독 교체라는 불명예도 떠안았다.

삼성화재도 영광의 시대가 있었다. V리그 11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과 V리그 8회 우승에 빛난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나간 일이다. 2020~2021시즌 최하위, 2021~2022시즌 6위 그리고 올시즌에 다시 꼴찌에 머물렀다. 신진식, 고희진에 이어 김상우 등 삼성화재 출신 감독들을 연달아 내세웠지만 봄 배구에 다가서지 못한 현실이다.

삼성 라이온즈 역시 ‘왕조’라고 불릴 만큼 어느 팀도 부럽지 않은 순간이 존재한다. 7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일궜다. 하지만 지난시즌엔 창단 후 처음으로 13연패에 빠졌고, 올시즌에도 초반 6연패에 허덕이며 19일 기준으로 8위에 자리하고 있다. 2021시즌 3위로 반짝했을 뿐이다.

삼성 썬더스도 2017~2018시즌 7위를 시작으로 최하위만 세 번에 달한다. 그렇다고 큰 투자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삼성은 아마 종목에서도 레슬링 후원을 끊었고, 테니스단과 럭비단을 해체했다. 이재용 회장이 야구에 대해선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른 종목들에서는 그런 이야기조차 나오지 않는다.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투자 없는 결과는 없다. 스포츠단이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과연 스포츠단 운영 의사가 있는 것인지 의문 부호가 든다.

beom2@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