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정수 기자] 신약개발업체 에이치엘비와 바이오벤처 강스템바이오텍이 비슷한 양상의 임상시험 결과를 놓고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강스템바이오텍은 지난 24일 공시를 통해 아토피피부염 줄기세포신약 후보물질 ‘퓨어스템-AD’ 3상 통계분석 결과를 공개하면서 ‘(다른 임상시험을 통해) 다양한 용법·용량에 대한 유효성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임상시험 결과 퓨어스템-AD는 1차 유효성 평가변수인 ‘EASI-50’ 평가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도출해내지 못했다(31.82% vs 27.16%). EASI-50은 시험약물 투여 전에 있던 병변 범위와 정도 등이 50%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이다.

다만 12주째 EASI 점수 평균 변화량, 병변침범부위 비율 변화 등 2차 유효성 평가변수에서는 퓨어스템-AD 투여군에서 유의적 개선이 확인됐다.

이에 강스템바이오텍은 임상시험 ‘실패’를 인정했다. 공시 다음날 진행된 기업설명회에서 이태화 강스템바이오텍 대표는 “1차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결과에 대해 송구하다”면서도 “일부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던 만큼 이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임상을 진행해 치료제 개발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비슷한 양상의 임상시험 결과를 얻었음에도 ‘성공’이라고 해석한 에이치엘비와 대조된다.

에이치엘비는 최근 표적항암 신약후보물질 ‘리보세라닙’(rivoceranib)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수 데이터에서 임상적 유의미성을 충분히 확보했다”며 ‘성공’이라고 발표했다.

리보세라닙은 위암 3차 치료제로 개발됐다. 때문에 이번 3상 임상시험은 위암 2차 이상 표준 치료에 실패한 환자 4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1차 유효성 평가변수인 전체생존기간(OS)은 리보세라닙 투여군 5.78개월, 최적지지요법군 5.13개월로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

반면 2차 유효성 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PFS), 객관적 반응률(ORR), 질병통제율(DCR) 등에서는 우수한 데이터가 나오면서 통계적 유의성을 나타냈다.

1차 변수와 2차 변수가 다르게 나온 것은 이번 강스템바이오텍 임상시험 결과와 비슷한 양상이지만, 해석에서는 ‘실패’와 ‘성공’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에이치엘비는 ▲대조군 OS가 비교적 높게 나와 분석에 혼선이 있다는 점 ▲위암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약효를 입증했다는 점 ▲다른 약제 임상시험 결과보다 더 우수한 데이터를 보였다는 점 등을 성공으로 판단한 근거로 삼는다.

이론적으로 임상시험 성패는 1차 유효성 평가변수에 달려있다. 임상 디자인과 방식은 1차 주요평가변수를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식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진양곤 대표 의견대로 최적지지요법군(대조군)에게 다른 치료가 시행돼 OS가 길어진 것이라면 임상시험 통제·관리에 소홀했다는 문제가 된다. 이는 임상시험 데이터 신뢰성과도 직결될 수 있다.

2차 평가변수도 1차 평가변수를 뒷받침하는 보조적 개념으로서, 약물 활용가치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설정된다. 아무리 유의성 있는 데이터가 확보됐다고 하더라도 1차 변수 결과를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강스템바이오텍이 이번 임상을 실패로 인정하고 다른 임상 진행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서로 구분된 임상시험은 환자·환경·관리방법 등 진행조건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에이치엘비와 같이 임상시험 간 결과 수치만 놓고 비교하는 것은 객관성과 의미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이치엘비가 이번 3상 임상시험을 성공으로 규정하면서 미국에 신약허가신청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주요평가변수 결과나 해석 등을 보면 긍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면서 “분명한 것은 1차 평가 변수에서 긍정적 수치가 안나왔음에도 성공이라말하기엔 어렵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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