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원성윤 기자] 누구도 쉽게 깨지못할 기록이다. 삼성 오승환(42)이 아시아 야구 역사를 새롭게 장식했다.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을 KBO 단일리그에서 오승환이 해냈다. 다만 담당 구단인 삼성 프론트도 몰랐던 게 옥에 티였다.

오승환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개인통산 408세이브(시즌 8세이브)를 올려 아시아 최고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3-0으로 앞선 9회 말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렸다.

아시아 최다 세이브는 일본 프로야구(NPB) 레전드 이와세 히토키(전 주니치)가 세운 407세이브였다. 이를 1개 차이로 넘어섰다.

이는 오로지 KBO에서만 세운 기록이다.

오승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색은 안했지만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에 욕심이 있었다”며 “KBO리그는 일본에 비하면 역사가 많이 짧은데 단일리그에서 그것도 삼성이라는 원팀에서 최다 세이브를 올렸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승환은 삼성(2005~2013)을 거쳐 일본 한신 타이거즈(2014~2015),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2016~2017), 토론토(2018), 콜로라도(2018~2019)를 거쳐 2020년에 다시 삼성으로 돌아왔다.

순수하게 한국에서 활동한 14시즌 기록만으로 408개의 세이브를 올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KBO리그 통산 682경기에 등판해 42승 26패 17홀드 408세이브 평균자책점 2.05를 기록 중이다.

오승환의 세이브 기록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6월6일 NC와 경기에서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를 달성했다. 이는 야구 역사상 3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앞으로도 오승환의 기록을 넘어설 투수는 KBO에서 쉽게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위 롯데 손승락(271개), 3위 KIA 임창용(258개)와도 격차가 130개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런 기념비적인 기록에도 불구하고 삼성 프론트에서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아 주변을 의아하게 했다.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이 경기 후 이 사실을 전달한 뒤에 알았지만, 준비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아시아 대기록을 세운 오승환에 대한 축하는 경기 후 더그아웃 인터뷰가 끝난 뒤 선수들이 축하해준 ‘물 세레머니’가 전부였다.

오승환은 “선수들이 다 알고 있었다. 경기 끝나고 마운드에서 함께 세레머니를 해줬다”며 “그래서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앞서 최정이 지난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KBO 통산 최다홈런을 친 뒤 SSG 프론트가 분주하게 움직인 것과 달랐다. SSG는 부산 원정경기였지만, 경기 전부터 상대 구단인 롯데 프론트에 양해를 구해 최정 홈런을 기념했다.

자신에겐 기쁨이 될 수 있지만, 상대팀에겐 아픔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SSG는 롯데 프론트에 경기 전부터 인터뷰 등이 진행되는 걸 양해 구하며 바삐 움직였다.

SSG는 최다홈런을 친 배트와 홈런볼을 장식한 세트를 만들어 기념촬영까지 했다. 경기 도중 상대팀인 롯데 주장 전준우와 사진 촬영까지 하며 대기록을 세운 의미를 더했다. 경기 후에는 인터뷰 룸을 빌려 뒷배경까지 꾸며 따로 인터뷰를 가졌다.

최정만큼 값진 KBO의 국보급 투수 오승환이다. 아시아 대기록 달성에도 선수들만 기억하고 넘어갈 뻔했다. 더그아웃에서 기자 4명만 그의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을 기록했다. 씁쓸한 여운이 짙게 남았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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