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guars Meyer Fired Football
올 1월 5년 계약 후 지난 주 단 13경기 만에 NFL잭슨빌 재규어스 감독에서 해고된 어반 마이어 감독.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지난 주 미국 스포츠 최대 뉴스는 NFL(북미식축구리그) 잭슨빌 재규어스 어반 마이어(57) 감독의 해고였다.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 해고야 매우 일반적이지만 마이어 해고는 큰 뉴스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마이어는 지난 1월 잭슨빌과 5년 계약을 맺었다. 연봉도 역대 최고액급으로 1000만 달러(119억 원)에서 1200만 달러(143억 원) 수준이다. 그러나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정규시즌 잔여 3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경질이라 큰 화제가 됐다. NFL 역사상 역대 4번째 최단기간 해고이기도 하다.

마이어는 대학풋볼 최고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역대 베스트5에 꼽힌다. 대학에서 이룬 업적은 눈이 부실 정도다. 신시내티 대학을 나온 그는 21세에 고등학교 코치로 지도자 길을 걷는다. 2001년 보울링 그린 대학 감독을 시작으로 승승장구한다.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높은 연봉에 규모 큰 대학으로 영전한다.

보울링 그린-유타-플로리다-오하이오 주립대 등을 거치며 뚜렷한 족적을 남긴다. 유타 대학 사상 첫 메이저 볼로 이끌고 2년 만에 풋볼 명문 플로리다로 자리를 옮긴다. 이곳에서 두 차례 전국챔피언으로 올려 놓는다. 플로리다에서 쌓은 명성을 갖고 고향 오하이오 주립대로 이적한다. 연봉은 대학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다.

오하이오 주립대는 미시건과 라이벌, 미시건을 매번 누르고 2014년 자신의 3번째 내셔널챔피언이 된다.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7년 지휘봉을 잡은 뒤 2018시즌 후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다. 이후 ESPN에서 해설자로 활동했다. 성적 부진한 전통의 대학들과 NFL에서 마이어 영입에 줄을 섰다.

결국 잭슨빌의 파키스탄 이민자 거부 샤히드 칸의 거액 추파에 마음이 흔들리며 NFL에 뛰어 들었다. 구단은 마이어에게 전권을 주었다. 전년도 성적 꼴찌로 드래프트 전체 1번 지명권을 갖고 있어 클렘슨 대학 쿼터백 트레버 로렌스를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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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 마이어(왼쪽)는 잭슨빌 재규어스 감독 후 2021년 NFL 드래프트에서 전 클렘슨 대학 쿼터백 트레버 로렌스를 전체 1번으로 지명했다. AP연합뉴스

대학풋볼 최고 감독의 거품이 빠지는 것은 순간이었다. 대학에서 트릭은 NFL에서 통하지 않았다. 대학과 NFL의 스피드는 하늘과 땅 차이다. 성적은 곤두박질치는 데 10월 초 오하이오 콜룸부스 나이트클럽에서 부인이 아닌 한 여성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광란의 밤을 즐기는 동영상이 퍼지면서 궁지에 몰렸다.

마이어는 사과했고, 칸 구단주는 이 때까지 그를 해고할 뜻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주 팀에서 방출된 키커가 훈련 도중 자신에게 발길질을 했다는 폭로가 터졌다. 바로 전 주까지도 마이어를 신임하며 충동적인 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한 칸 구단주는 15일 밤 돌연 경질을 통보했다. 2승11패 치욕의 성적으로 NFL 지휘봉을 뺏긴 것이다.

향후 잔여 연봉 문제가 법정다툼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구단은 잔여 연봉을 줄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학스포츠 지도자, 특히 풋볼과 농구는 NFL, NBA와의 교류가 자연스럽다. 대학의 콘텐츠 자체가 우수한 터라 프로가 아마추어보다 한 수 위라는 우월적 사고는 없다. 듀크 대학의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이 오랫동안 미국 농구대표팀 감독을 지낸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실력으로 말할 뿐이다.

그러나 대학 감독이 NFL과 NBA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유가 있다. 감독의 임팩트 차이다. 프로는 선수의 임팩트가 크다. 꼼수가 프로에서는 먹히지 않는다. 현재 미 대학풋볼 최고 감독은 앨라배마의 닉 세이번이다. 연봉도 1000만 달러가 넘는다. 내셔널챔피언을 7차례나 일궈냈다. 앨라배마에서 6회. 그러나 세이번도 NFL 마이애미 돌핀스에서 두 시즌 후(15승17패) 도망가다시피하면서 대학으로 돌아갔다.

대학농구 감독도 마찬가지다. 농구 명문 켄터키, 루이빌을 NCAA 토너먼트에서 우승시킨 릭 피티노(현 아이오나 대학)는 NBA 뉴욕 닉스, 보스턴 셀틱스 감독으로 변신했지만 실패했다. 현 켄터키 대학의 존 칼리팔리도 대학농구에서는 정상급 감독이다. 하지만 NBA 브루클린 네츠에서는 기자와 싸우고 스타일만 구기고 다시 대학으로 유턴했다.

마이어의 실패로 NFL 구단은 대학에서 성적을 거둔 감독 영입에 매우 신중해질 전망이다. 거품과 수준 차가 크다는 것을 마이어를 통해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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