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 기자] “FC서울은 내게 꿈 선물, 20년간 함께해 영광.”

‘선수 고요한’과 FC서울의 낭만을 담은 20년 동행은 아름답게 끝났다. 이제 ‘지도자 고요한’과 서울이 새로운 미래를 그린다. 모처럼 프로축구계 ‘원클럽맨’의 가치를 느끼게 했다.

지난시즌을 끝으로 선수 은퇴를 선언, 지난 2월 서울 U-18팀인 오산고 코치로 변신한 고요한(36)이 홈 팬 앞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그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K리그1 7라운드 직후 치러진 은퇴식에 참석해 선수로 마지막 인사했다.

2004년 서울에 입단한 그는 프로 초기 기성용, 박주영, 이청용, 고명진 등과 어우러져 서울의 ‘젊은피 돌풍’을 일으켰다. 동료가 유럽 또는 중동 등 해외리그로 이적한 것과 다르게 고요한은 20년간 서울의 검붉은 유니폼만 입고 뛰었다.

미드필더는 물론 측면 수비까지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한 고요한은 서울에서 통산 446경기를 뛰며 40골39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 3회 우승(2010,2012,2016)과 FA컵 우승(2015) 등 팀의 전성기를 함께 했다. 태극마크를 달고도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누빈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일본 가고시마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과거 ‘타 리그, 타 팀 러브콜’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순리대로 했다. 이적해도 구단과 갈등을 빚으며 추진하지 말자고 했다”며 서울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구단은 화답했다. 고요한의 노고를 인정해 현역 시절 등번호 13을 구단 최초로 영구결번했다. 이날 고요한은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았고, 구단에 유니폼이 담긴 액자와 감사패를 받았다. 또 두 자녀와 시축을 맡아 홈 팬의 힘찬 박수를 받았다. 서포터즈 ‘수호신’은 고요한의 얼굴이 새겨진 걸개그림과 ‘Go’od 13ye‘, 고요한이 서울이다’, ‘수고했어요 앞으로도 영원한 13’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은퇴식 때 현역 시절 영상이 전광판에 흐르고 부모의 응원메시지가 나오자 고요한은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은퇴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로 시간이 큰 영광, 큰 보람이었다”며 “(은퇴식에) 오기 전에 (울지 않으려고) 다짐했다. 부모 영상이 나올 때 눈물이 나더라. 내가 운동한다고 까다롭게 행동해도 사랑으로 보듬어주셨다.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팀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은 그는 2013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을 ‘아쉬운 순간’으로 언급했다. 고요한은 “다시 돌아간다면 (광저우 헝다와) ACL 결승 2차전으로 가서 우승하고 싶다”고 웃었다.

구단 최초 영구 결번 주인공이 된 것엔 “20년간 치열하게 악착같이 뛴 것을 인정해 준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또 선수에 이어 지도자로도 서울에서 첫 시작을 하는 것엔 “선수로 꿈을 이루게 해줬기에 내가 잘 대비하면 (1군) 지도자로도 기회 주지 않을까”라며 “(오산고에서) 팀에 대한 헌신과 투지는 물론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를 육성하고 싶다”고 바랐다.

끝으로 구단에 바라는 것을 묻자 “예전의 쌍용(이청용·기성용) 투고(고요한·고명진)같은 선수가 많이 나오도록 오산고에 많은 지원을 해주셨으면 한다”며 제2 인생을 그렸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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