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안암=김용일 기자] “개인 트레이너와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의무진도 ‘원 팀’이 되겠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참가 중인 축구국가대표팀 ‘클린스만호’에 전담주치의(팀닥터)로 합류하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기모 교수는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장 교수는 18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로 이동, 대표팀에 가세한다. 의무팀을 총괄하는 그는 대표팀과 동행한 의무 트레이너 등을 통해 선수 몸 상태를 수시로 보고받았다. 장 교수의 합류로 의무팀도 ‘완전체’를 이룬다. 황희찬(울버햄턴) 김진수(전북 현대) 등 주요 선수가 부상 회복에 힘쓰는 만큼 장 교수 역시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출국 전 서울 안암동에 있는 고려대 병원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그는 “지난 1년간 클린스만호를 맡았는데 선수 변화가 거의 없지 않았느냐. 선수마다 특별히 관리해야 하는 부분 등 데이터를 충분히 갖고 있다”며 “한국 축구가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하는 데 의무진도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는 최근 주요 메이저대회에서 선수단과 의무팀이 갈등을 빚어 논란이 됐다. KFA는 일련의 사태를 바탕으로 의무 시스템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의무 트레이너의 자격증을 명확하게 하는 것과 동시에 선수 개인 트레이너의 경우 일정 인원을 선발하도록 했다. 대신 팀닥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아시안컵엔 협회가 고용한 의무 트레이너 뿐 아니라 황인범과 조규성이 추천한 개인 트레이너가 동행했다. 또 클린스만 감독이 부른 독일 출신 트레이너 2명도 있다. 어느 때보다 의무진의 소통과 배려가 중요하다.

장 교수는 “팀닥터로 KFA 소속 트레이너와 개인, 독일에서 합류한 트레이너간의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한다”며 “시대의 흐름이 된 것 같다. 선수가 원하는 것을 간과해서도 안 되는 데, 어느 정도 재량을 두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장 중요한 건 팀을 먼저 생각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선수 부상 관리에 힘쓰는 것이다. 나부터 솔직하고 가감 없이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지난 2019년 KFA 의무분과위원으로 위촉됐고, 주요 대표팀 팀닥터로 활동해왔다. 바쁜 진료 일정에도 최대한 대표팀 업무에 동참했다.

그는 “한 선수가 내게 ‘대표팀 팀닥터를 왜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대학 교수가 자기 병원에서 강의하고 진료하고 수술하기도 바쁜데 무리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해주더라”며 “사람이 직업만으로 살 수 없다. 삶의 의미를 들여다봤다. 난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는데, 막연하게 꿈꾸던 대표팀 팀닥터를 실제 하고 있는 건 어떠한 것과 맞바꿀 수 없는 기쁨이고 또다른 보람”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슈퍼스타 출신이어서 그런지 늘 여유가 있고 의무진도 편안하게 대해준다. 본인 기준에 맞으면 큰 믿음을 준다. 처음엔 날 ‘닥터’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키모’라고 다정하게 부른다”고 웃었다.

장기간 대표팀 업무를 하면서 주력 선수의 헌신에도 감동했단다. 장 교수는 “주장 손흥민은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근육 부상이나 관절 통증 등을 안고 산다. 소속팀 뿐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견제를 가장 많이 받는 데, 안쓰러울 때가 많다”고 했다.

햄스트링 부상을 자주 입은 황희찬은 장 교수의 특별 관리 요원 중 한 명이다. “황희찬은 (소속팀) 경기할 때도 꾸준히 몸 상태를 확인하는데, 그러다 보니(울버햄턴) 팀닥터와 친해졌다”고 웃은 그는 “카이라는 여자 주치의인데 황희찬이 대표팀 소집될 때 보고서를 아주 잘 만들어준다. 팀닥터가 선수 소속팀 의무진과 교류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가장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는 건 김진수다. 그는 “김진수는 지난해 3월 (콜롬비아전에서) 요추 골절로 두 달 가까이 쉬었는데, 6월 (엘살바도르전에서) 광대뼈 골절을 겪었다. 아픈 티를 안 내고 어떻게 해서든 뛰려는 선수인데 마음이 아프더라”고 했다.

김진수는 현재 종아리 부상으로 조별리그에 뛰지 못하고 있다. 장 교수는 그가 그라운드에 건강하게 복귀하도록 이끌겠다고 했다.

오랜 팀닥터 생활로 일종의 ‘촉’이 올 때도 있다. 장 교수는 “지난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교내 미디어와 인터뷰했는데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로 조규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당시엔 그에게 관심이 덜 할 때인데, 실제 본선에서 대활약하는 것을 보고 나도 놀랐다”고 웃었다.

이번 대회에 깜짝 활약할 선수를 지목해달라고 하자 “마음속엔 2명 정도 있는데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얘기가 조심스럽다”고 양해를 바랐다.

끝으로 장 교수는 “아시안컵은 우리가 우승후보여서 상대가 늘 거칠게 나온다. 부상자가 많이 나올 수 있는데 철두철미하게 대비해서 대표팀이 건강하게 우승 목표를 달성하도록 힘 쓰겠다”며 의무팀에도 격려를 바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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