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늘 부족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갈증은 커져만 갔다. 홈런을 얘기할 때면 30대 베테랑이 주를 이룰 정도로 심각한 상횡이었다. 그래서 더 반갑다. 한화는 물론, 한국 야구 대표팀 중심 타선을 오랫동안 지킬 파워 히터의 등장이다. 한화 국가대표 내야수 노시환(23) 얘기다.

실패를 발판 삼아 올라섰다. 지난해 홈런 6개로 사실상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낸 뒤 실패 원인을 정확시 짚었다. 잦은 부상과 이에 따른 지속성 부족, 자신도 모르게 타석에서 소극적으로 변한 것을 반성했다.

남다른 비시즌을 보내며 체중을 감량했고 새로 팀에 합류한 채은성을 따라 루틴도 정립했다. 최소 부상 없는 시즌은 만들겠다며 2023시즌 완주를 바라봤다.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노시환은 올해 13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8 31홈런 101타점 OPS 0.929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홈런, 타점 1위, OPS 2위, 장타율 2위로 한화 프랜차이즈에서 장종훈, 김태균 계보를 잇는 홈런왕이 됐다.

맞히는 데 급급했던 작년 모습을 뒤로 하고 시즌 시작점부터 끝까지 장타를 터뜨릴 수 있는 메커닉을 유지한 결과가 나왔다.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었으나 이전처럼 성급히 변화를 택하지 않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었다.

어느 때보다 분주한 시즌이었다. 단순히 페넌트레이스만 치른 게 아닌 9월말부터 10월초까지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시즌 후에는 일본 도쿄에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임했다.

국제대회 성적 또한 만점. 항저우 AG에서 6경기 타율 0.438 OPS 1.140으로 펄펄 날았다. APBC에서도 4경기 타율 0.389 OPS 0.921로 뜨거운 배트를 자랑했다. 노시환이 있었기에 한국 야구 대표팀은 항저우 AG 금메달, APBC 준우승을 이룰 수 있었다.

참 긴 시간을 기다렸다. 불과 지난 3월에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만 해도 젊은 파워 히터가 부족해 아쉬움이 많았던 한국 야구다. 박병호, 최정, 김현수에게 마냥 의존할 수 없는데 이정후, 강백호 이후에는 20대 강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정후와 강백호 모두 좌타자인 만큼 젊은 우타자를 향한 아쉬움은 점점 더 커졌다.

다행히 기다림의 끝에 노시환이 있었다. 타석에서 폭발력은 물론 수비 또한 뛰어난 공수겸장 내야수가 2023시즌 최고 자리를 바라본다.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엘리에나호텔 임페리얼 홀에서 열리는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올해의 선수상 유력 후보로 오른 노시환이다.

노시환과 더불어 올해 타격왕에 오르며 내년 역대 최다 안타를 정조준하는 NC 손아섭, 정교한 제구력과 노련한 수싸움으로 마법처럼 마운드를 지키는 KT 고영표도 올해의 선수상 후보에 자리했다. 정상에 오르는 주인공은 올해의 상 막바지에 밝혀진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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