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방송인 송은이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K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 예능제작사와 매니지먼트, 음반 제작까지 겸하는 CEO에서 이번엔 영화 제작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장항준 감독의 신작 ‘오픈 더 도어’가 그가 제작한 첫 영화다.

장항준 감독이 직접 쓴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보고 욕심이 생겨 출발한 ‘오픈 더 도어’가 오는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평소 영화에 대한 애정이 크고, 열정이 있었던 차에 단편영화라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출발했다고 한다. 살이 붙으면서 장편의 형태를 갖추고 각종 영화제를 거쳐 개봉까지 이르게 됐다.

첫 영화 제작을 준수하게 마쳤다는 점에서 영화계의 호평이 자자하다. 특히 상업영화의 공식을 깨고 예술영화의 형태를 갖췄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스릴러 장르의 공식은 유지하되 다소 독특한 구조와 연기, 마무리가 담겨 있다. 기존 영화인들이 하지 않은 길을 택한 셈이다. 영화가 가진 고유성을 유지한 ‘오픈 더 도어’는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분명하다.

‘오픈 더 도어’ 공동제작을 맡은 BA엔터테인먼트의 장장원석 대표는 19일 “송은이는 영화에 대한 열정이 워낙 강하고, 영화에 대한 태도가 정말 좋았다. 자신이 모르는 영역을 배우려는 자세가 돋보였고 일머리가 좋아서 학습도 빨랐다. 적당히 요약해서 말해도 대번에 알아듣고 남다른 결정력을 보였다. 공력이 상당한 분”이라고 평했다.

이어 “옆에서 지켜보니 영화 제작이 ‘오픈 더 도어’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영화 제작을 이어갈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송은이의 도전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 예능계 남초 현상 때문에 여성 예능인이 설 자리가 없었다. 1993년에 데뷔, 방송가에서 잔뼈가 굵은 송은이지만 노른자 프로그램은 남자 예능인들의 차지였다.

그는 머무르지 않고 직접 일을 만들었다. 시초는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하 ‘비밀보장’)이다. 2012년 ‘나는 꼼수다’로 팟캐스트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정착한 시점에 도전했다.

당시만 해도 팟캐스트는 마이너 플랫폼으로 유명인이 직접 찾는 플랫폼은 아니었다. 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재야의 고수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플랫폼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송은이가 팟캐스트 1호 연예인이다.

예상 밖의 히트를 한 뒤 송은이의 도전은 꾸준히 이어졌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비밀보장’의 코너였던 ‘김생민의 영수증’이 팟캐스트에서 독립, 이후 KBS2 일요일 오전 방송까지 편성됐다.

올리브 ‘밥블레스유’도 장수 프로그램으로 안착했고, 장항준 감독과 함께 기획한 ‘씨네마운틴’도 유튜브 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아울러 KBS2 ‘북유럽’도 제작했으며, 송은이와 김숙, 안영미, 신봉선이 다양한 코미디와 예능, 음반을 기획하는 모습을 담은 ‘셀럽은 회의 중’은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그 과정에서 엔터테인먼트사인 미디오랩 시소를 설립한 뒤 개그맨과 방송인을 영입하며 매니지먼트를 시작했다. 비보 웨이브라는 음반 제작사도 설립했다. 셀럽파이브와 김다비, 캡사이신, 백숙, 걸그룹 퀸즈아이가 결과물이다.

팟캐스트, 유튜브, 지상파 방송, OTT 등 플랫폼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중에 영화까지 손을 뻗쳤고 예상 밖의 결과를 얻어냈다. 기획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인 것이 성공 포인트라는 후문이다. 오랜 시간 연예계를 경험하면서 쌓인 내공과 강한 열정이 시너지를 일으킨 셈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콘텐츠 제작자이자 매니지먼트사 대표이자 개그우먼이라는 플레이어다. 사실상 영화제작은 요즘 매니지먼트사가 다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꼭 인정해야 할 건, 이 업계에서 여러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여성 방송인들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개그맨이 인기가 떨어지면 음식 장사를 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삶을 살았는데, 송은이는 이 업계를 다시 활성화하는 방향에서 시간과 에너지, 돈을 투자했다. 그런 점은 충분히 귀감이 될만한 행동”이라고 평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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