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지난 6월 농심에서 야심 차게 출시한 ‘먹태깡’의 인기가 여전히 뜨겁다. 먹태깡의 이러한 인기와 반대로 공급 물량이 수요를 밑받침해 주지 못해 품귀 현상까지 일어났다. 농심의 의도하지 않은 ‘헝거 마케팅’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농심의 과도한 ‘헝거 마케팅’에 소비자와 점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농심 먹태깡의 인기에 이마트는 지난 29∼30일 이틀간 전 점포에서 농심 먹태깡을 1인당 2개로 한정해 판매했다. 결국 지난 주말, 소비자들은 먹태깡을 구매하기 위해 주말 아침부터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았다.

농심과 이마트의 연합작전은 통했다. 지난 30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시민들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먹태깡’을 구매하기 위해 긴 줄을 서서 대기했고, 준비된 먹태깡은 얼마 되지 않아 모두 품절됐다.

‘희소 마케팅’ 혹은 ‘한정판 마케팅’이란 불리는 헝거 마케팅은 한정된 물량만 판매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의식적으로 고객을 ‘배고픔(Hungry)’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먹태깡 품절 대란도 이와 마찬가지다. 높은 수요량 대비 농심의 부족한 공급량은 소비자들을 헝거 상태에 빠뜨리기 충분했다는 평가다.

심지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 12일 먹태깡 사진과 함께 ‘먹어봐라’는 글을 자신의 SNS인 ‘스레드(Threads)’ 계정에 직접 올려 더욱 주목받았다. 이런 유명인들의 SNS 인증샷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 증가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지난 5월 임시 출시부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수입 맥주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과 조합이 눈길을 끌면서, 두 인기상품을 구하려는 소비자들의 열성에 품귀현상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이미 먹태깡은 출시 직후부터 농심 자사몰인 ‘농심몰’에서 일시 품절인 상태였다. 먹태깡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늘며 농심몰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먹태깡 출시 뒤 약 200% 증가했으며, 하루 평균 신규 가입자 수도 약 250% 늘어 전체 회원수가 지난해 말 대비 약 400% 증가했다.

이에 농심은 먹태깡을 아이디당 한 번에 4봉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수량을 제한하고, 주문이 몰리면 농심몰을 통한 구매를 막기도 했다. 또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일부 편의점에서 발주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다. 먹태깡 수요가 과잉되면서 소매가보다 2~3배가 훌쩍 넘는 비싼 가격으로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도 거래되고 있다. 실제로 한 쇼핑몰에선 먹태깡 한 봉지가 8900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는 원가 1700원 대비 약 5배가 넘는 가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농심이 의도적으로 한정 공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정가 1700원인 과자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3배~5배 판매되는 지경까지 이르렀지만, 농심은 물량을 원활히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품귀현상이 지속될 시 소비자들의 구매욕은 결국 불쾌감에 이르게 되고, 소매점주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SPC삼립 포켓몬빵도 대표적인 헝거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SPC삼립이 포켓몬빵을 출시했을 때 이를 구하기 위해 오픈런은 물론 상품이 입고 되는 시간에 맞춰 기다렸다가 구매하는 소비자도 속출했다.

결국 일부 편의점에서는 ‘포켓몬빵을 팔지 않는다’ 혹은 ‘포켓몬빵 품절’이라는 알림을 매장 앞에 붙여놓기도 했다. 그러나 출시 1년이 지나고 열기가 식은 지금, 포켓몬빵의 인기는 예전만큼 뜨겁지 않다. 더 이상 포켓몬 빵을 구매하려 줄을 서는 소비자도 없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한정된 수량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헝거 마케팅은 자칫하면 소비자에게 피로감만 안겨줄 수 있다”며 “고객 불만 대응은 결국 소매점주의 몫으로 남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농심은 당장 벌어지고 있는 먹태깡 품귀현상에 직접적인 해소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실망감으로 인해 신뢰마저 잃을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농심은 먹태깡 대란에 지난 7월5일 먹태깡 생산량을 30% 늘리고, 품귀현상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해소 방안으로 오는 8월부터 먹태깡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부산공장 생산 스낵 중 일부를 다른 공장에서 생산하도록 이관해 먹태깡 생산량을 출시 시점의 1.5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산라인 증설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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