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사라지며, 정통 코미디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한국형 공개 코미디의 시대를 열었던 KBS2'개그콘서트'가 장장 21년만인 지난 6월 막을 내렸고, 살아남은 2개의 코미디 프로그램 tvN'코미디빅리그' JTBC'장르만 코미디'도 1%대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와 관찰형 예능 등이 인기를 끌며 정통 코미디를 둘러싼 위기감이 한층 깊어지는 요즘,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이들이 있다.


KBS 공채 28기 코미디언 장윤석과 29기 임종혁(이상 33)은 오히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새 보금자리에서 길을 열고 있다. 이들은 올해 초부터 유튜브 채널 '낄낄상회'를 열어 전과 다름없이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하고 있다. 코미디언으로서 달라진 입지와 환경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낄낄상회'와 이야기를 나눴다.


-유튜브와 무대 개그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임종혁 : 힘의 차이인 것 같다. 무대 개그는 캐릭터를 잡고 콩트를 연기하기 때문에 캐릭터 위주로 힘이 더 들어간다. 캐릭터가 돋보이는 게 무대 개그다. 유튜브는 몰래카메라(몰카) 콘셉트이기에 일상처럼 힘을 빼고 말한다. 리얼리티 위주로 하는 부분이 다르다.


몰카는 캐릭터를 과하게 잡으면 튈 수 있는데, 무대 개그는 과하게 하면 할수록 돋보이는 차이점이 있다. 쉽게 보면 관객 수만 줄어든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동안 웃겨야 할 관객 수가 많았다면 몰카는 옆자리에 앉은 손님 2~3명을 데리고 하는 것이다.





장윤석 : 작업 과정도 비슷하다. 회의, 대본, 리허설 과정이 같다. 촬영에 들어갔을 때 애드립이 많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작업 과정이 '개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대 개그는 공중파의 감을 맞춰야 했다면 유튜브는 조금 더 자유롭게 하고 있다.


'개콘'에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 유튜브에서 하는 셈이다. 소재부터 브랜드 명칭 등 여러 제약이 없으니 편하게 웃음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어떤 무대든 서로의 합이 중요하다. 코미디를 할 때 서로 감이 맞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싸우기까지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감도 잘 맞고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고 있다.


-'낄낄상회'의 콘텐츠가 1년도 안 된 시점에 터졌다. 동료들이 부러워하지 않던가.


임종혁 : 우스갯소리로 배가 너무 아파서 '하루에 화장실을 5번씩 간다'는 개그맨도 있다.


장윤석 : '낄낄상회'가 개그맨들 변비 치료제라는 말도 있다. (웃음)


임종혁 : 실제로 '멘붕(멘털 붕괴)'이라는 개그맨이 많다. 자기들은 꾸준한 투자로 오래 했는데도 안 터졌는데 우리는 한 번에 '빵' 터졌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건 우리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고, 우리도 많은 준비와 착오 끝에 현재에 이르렀다.


-유튜브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나.


장윤석 : 생각보다 우리 구독자 수가 빨리 늘어나서 얼떨떨했다. 이게 우리 채널이 맞나 싶었다. 영상 10개를 올려서 한 달 안에 구독자 1만 명이 되지 않으면 '개콘'으로 다시 돌아가자고 약속했다. '10개 안에 하나는 터지겠지' 했는데 4번째 영상이 터졌다.


임종혁 : (장윤석과) 개콘을 할 때도 코너를 함께 많이 했다. 2년 전에도 유튜브를 하다가 떨어졌지만 서로 감을 믿으니까 다시 뭉쳐서 시작했다. 10개 중 1개는 터질 거라고 예상했다.


-몰카로 웃음을 주지만 콘텐츠의 출발점은 결국 '개그'다. 어떤 신조로 활동하고 있나.


임종혁 장윤석 : 우리는 선을 지키면서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은 '편한 코미디'를 추구한다. KBS에서 그런 점을 잘 배웠다. 너무 선 넘지 않는 개그를 잘 배웠다. 우리 스승이신 전유성 선생님께서 남들과 다른 것, 새로운 것 위주로 개그를 짜라고 가르치신 대로 잘하고 있다.


다만 배설물, 종교 개그는 하지 말라 하셨지만 우리는 스님과 목사를 개그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조만간 찾아뵙고 해명해야 할 것 같다.(웃음)







-스님과 목사 캐릭터가 지금의 '낄낄상회'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사님 스님이 부랄친구라면' 이라는 콘텐츠는 1500만뷰를 넘었다.


장윤석 : 원래 그 정도로 반응이 없었다면 한 편하고 다른 소재로 넘어가려 했다.


임종혁 : 실제로 초반에 종교인들이 싫어하면 어떡하나 우려했다. 아니나 다를까, 싫어하신 분도 꽤 있다. 하지만 좋아해 주신 스님과 목사님이 더 많았다. 부처님오신날 강남의 한 사찰에 우리가 스님과 목사님 분장을 하고 찾아갔는데 흔쾌히 반겨주셨다. 촬영도 허락해주시고 너무 잘해주셨다. 오히려 그 뒤로 안 좋은 반응이 없어졌다.


장윤석 : 현직 종교인분들이 '불교용품 떨어지면 말하라. 내가 지원해주겠다'라고 응원하실 정도다. 어떤 목사님은 전국에 입담 좋은 목사님 40명 데려갈 테니 촬영하자고 제안해주시기도 했다.


-공중파 방송 3사의 개그 프로그램이 없어졌다.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걱정은 없나.


임종혁 :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그맨은 어느 세상에 풀어놔도 잘 적응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방송, SNS 등 어떤 플랫폼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게 개그맨이다. 다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개그맨의 활동 무대가 오히려 더 넓어졌다.


장윤석 : '개콘'에 있던 개그맨 모두가 능력이 출중한 분들이다. 유튜브 세상이 열렸기 때문에 재야의 실력 있는 개그맨이 꽃을 피우는 사례도 많이 나오고 있다. 현재 플랫폼이 다양해진 만큼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낄낄상회'를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고 싶은가.


임종혁 장윤석 : 구독자들이 우리의 영상을 보는 이유는 편할 때 와서 낄낄거릴 수 있는,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채널이기 때문이다. 그 방향성이 좋은 것 같다. 부담 없이 찾아오는 채널을 유지하고 싶다. 몰카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웃음 주는 채널을 만들 것이다.


-낄낄상회에게 웃음이란 무엇인가.


장윤석 임종혁 : 사람들은 웃으면서 즐거움을 느끼지만 우리는 그 행위 자체가 즐겁다. 우리가 웃음을 드리고 있지만 우리 또한 그 자체로 행복해지는 일을 하고 있다. 즐기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개그다. 인생에서 재미를 1순위로 생각하고 있다. 재미있게 살면서 돈을 벌기 때문에 지금이 정말 좋다.


-유튜브도 언젠가는 종착지가 있을 것이다. 갈라서는 다른 채널도 있는데.


임종혁 장윤석: 헤어질 건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 둘이 너무 편하다. 다만 주변에 실제로 갈라서는 채널들도 많다. 유튜브 플랫폼이 냉정하다. 구독자 50만명이 넘는 채널도 조회수가 한 번에 떨어져서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수입도 안 나와서 갈라서는 길을 걷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너무 힘든 순간이 많았고 그런 건 문제 되지 않는다. 둘이서 이것저것 실험하다 크게 타격 입었을 때도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했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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